‘익명성보장’ 성매매·음란 분위기 조성
에이즈 감염 10대 여성도 채팅앱 사용
경찰 “대화삭제로 성매수男 추적 곤란”
[뉴스핌=오채윤 기자] 스마트폰 앱 구매 코너에서 우연히 채팅앱을 발견한 직장인 이모(30)씨는 이동 중 심심한 마음에 앱을 내려받았다. 이름과 성별만 입력하고 가입한 뒤 앱을 둘러보던 이씨는 익명의 사람들로부터 메시지를 수신했다.
익명의 상대자는 다짜고짜 자신의 신체 조건과 사는 곳을 언급하며 소위 ‘파트너’를 구한다고 이씨에게 제안했다.
채팅앱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서로를 연결해 주고, 관심분야에 대해 이야기 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런 채팅앱의 본질적 목표와 다르게 앱이 성매매나 음란 정보 공유의 장이 되고 있다.
대화창 상단에 성매매, 음란 행위 등 불법 유해 정보 제공 시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된다는 경고 문구가 있지만, 채팅 이용자들은 ‘파트너’라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여전히 불법 행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 남모(26)씨는 즉석만남 앱에 '함께 필로폰 맞을 여성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남 지사 아들이 즉석만남 앱을 통해 (여성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함께 투약하자고 권유했다"면서 "대화 내용을 확인 후 수사 착수해 검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남씨를 13일 구속기소했다.
최근 경기 용인에선 10대 여성이 채팅앱을 통해 10여 명의 남성들과 성관계를 맺은 뒤 에이즈에 걸렸다.
하지만 이 여성에게 에이즈를 옮긴 상대자나 반대로 이 여성으로부터 에이즈에 옮았을 가능성이 있는 성 매수 남성들을 추적하기 힘든 상태다. 이 여성은 지난해 8월 두 가지 채팅앱을 이용해 조건만남을 했지만 이미 대화 내용은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익명으로 채팅해 대화 내용을 삭제하면 추적하기 힘들기 때문에 성 매매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악용해 스마트폰 채팅앱을 이용한 성매매가 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올해 들어 8월까지 적발한 스마트폰 채팅앱 성매매 사건은 총 596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61건보다 29%(135건) 증가한 것이다.
특별한 인증절차 없이 누구나 이런 채팅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것도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를 추적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채팅앱은 이용하기 전 단지 이름과 성별만 입력해도 가입절차가 완료된다. 익명성 보장으로 인해 성매매나 음란성 대화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등 관리자 측의 책임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채팅앱을 이용한 성매매나 성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앱 개설 및 운영 규정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