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미국 전술핵 재배치 안하면 자체 핵무장"
민주당 "핵확산 초래할 치기 어린 행동" 비판
[뉴스핌=조세훈 기자] 북핵·미사일 위기 대응 방안을 두고 여야 간 대립이 뚜렷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최근 별도 방미단을 꾸려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정도면 갈 데까지 간 셈"이라고 비판하는 등 남북 간 대치 못잖은 신경전을 국회에서 연출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에서 "정부가 못 하는 일이기에 우리가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가 언급한 정부가 못하는 일은 한국당 방미단이 트럼프 행정부에게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한 것을 의미한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
한국당은 북핵에 맞설 수 있는 공포의 핵균형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연일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도 "우리가 나서 핵 균형으로 나라를 구할 때"며 "북핵이 지금 완성 시점에 와 있어 우리의 선택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한가하게 대북 유화정책에 매달리고 있어 북핵의 긴급성을 알리기 위해 대미 외교단이 미국 조야를 방문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생존 대책을 정쟁으로 몰고 가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국당은 3박4일의 일정으로 방미 특사단을 꾸려 전술핵 재배치 요구를 미국에 전했지만 미 국무부는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홍 대표는 이날 북핵위기대응특위 전체회의에서 "전술핵 배치 요구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고 마지노선으로 자체 핵 개발을 할 수도 있다는 명분을 갖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배치 요구는 성사될 때까지 해야 한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여당인 민주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핵 확산을 초래할 전술핵을 배치해 달라고 애걸하는 한국당의 치기 어린 행동은 중단돼야 한다"고 혹평했다.
전재수 의원은 "미국한테 징징거리는 못난 사람들"이라고 거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도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가 가져올 경제 제재의 파장이나 한·미동맹에 미칠 악영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주장”이라며 “북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그저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저의로밖에 볼 수 없다"고 힐난했다.
여야는 이날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한 문 대통령이 내놓을 '대북 메시지'를 두고도 신경전을 이어갔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북한이 통미봉남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이제는 미국이 움직여야 할 때”라면서 “북미가 협상할 수 있는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도록 문 대통령이 이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기류에 역행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온 문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북핵 위기의 엄중함과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도 "헬무트 슈미트 독일 총리는 미국의 핵우산을 믿을 수 없다면서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했고 또 성사를 시켜 러시아를 굴복시켰다"며 "문 대통령께 슈미트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당은 여당의 반대와 상관 없이 대정부 안보공세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지난 11일부터 '1000만 전술핵 배치 서명운동'을 시작한 데 이어 전국을 돌며 국민보고대회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10월 말∼11월 초에는 홍준표 대표가 직접 미국을 방문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외교 행보도 구상하고 있다.
한국당이 안보공세를 지속하는 배경에는 60%대로 떨어진 문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 하락에 안보위기 요인이 있다고 보고 이를 강조하려는 의도와 보수층 결집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이 많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 실장은 "정부여당과 청와대가 안보문제에 어려움 겪고 있고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야당으로써 비판을 하고 대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그러나 책임성이 없어 보인다"며 "문 대통령에 대해 '김정은 기쁨조'라거나 자체 핵개발 발언까지 정권이 바뀐지 4~5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자신들도 못한 일을 하라는 것은 부당하다. 좀더 정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