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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4차혁명 오딧세이] 디지털은 공짜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은 '0'과 '1'의 디지털에 기반
단순하지만 파워풀하다는 강점으로 혁명 주도

  • 기사입력 : 2017년09월12일 10:32
  • 최종수정 : 2017년09월12일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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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과 본질을 알기 쉽게 정리해보는 '김정호의 4차 산업혁명 오딧세이'를 연재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를 두렵게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위기는 언제나 기회였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숨어 있는 기회를 탐색하겠습니다. 김정호 카이스트(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은 '0'과 '1'

요즘 4차 산업혁명이 새 정부의 핵심 과학기술, 산업 성장, 벤처기업 육성 정책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어려가지 방법이 있는데,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3가지 요소를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고 본다.  

그런데 또 다른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기술의 흐름으로 설명하는 방법이다. 필자는 최근 30여년의 기술 발전의 방향을 '통신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 '인터넷 시대' '데이터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 시대'로의 발전으로 설명하곤 한다. 특히 4 차 산업혁명은 '데이터' 시대와 '인공지능' 시대를 말한다. 5차 산업혁명은 '창조 시대' 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창조까지 하게 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의 데이터는 디지털로 표현되어 있고, 딥 러닝이라는 인공지능도 디지털 데이터를 처리하는 디지털 컴퓨팅 알고리즘이다. 그러니 디지털이 4 차 산업혁명의 기초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은 일반적으로 신호를 '0'과 '1'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중간 값이 없고, 2개의 레벨로 확연히 구분하는 방법이다. 애매한 것이 없어서 인간미가 없다고 하기도 한다.

반면 분명하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살이에 편한 측면이 있다. 필자도 일할 때, 인내심이 부족해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고 애매한 경우를 불편해하기도 한다. 인간 세상에서 선악의 구분이 명쾌하지 않듯이 모든 것을 디지털로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많은 일들이 흰색과 검은 색이 아니고 회색 지대에 있다.

이념도 좌우의 구분이 쉽지 않다. 그래서 강남 좌파도 나온다. 좌파도 자식 교육에는 무너지면서 대치동에 전세로 간다. 민주적이고 평등한 교육을 주장하는 학자나 관료도 자식은 외고에 보내고, 유학을 보낸다. 4차 산업혁명은 확실히 디지털 세상이지만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고 만들 사람들은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이 모순이 훗날 새로운 5 차 산업혁명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0과 1은 단순하면서도 파워풀

그럼 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필요한 신호 생산, 전송, 처리, 보관에는 디지털 방식을 사용할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신호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신호가 어느 임계점, 예를 들어 0.7 이상이면 수신기가 '1' 로 인식하고, 0.3 이하면 '0'으로 처리한다. 그리고 신호가 0.3에서 0.7 사이의 신호는 무시하고 다시 보내라고 하거나, 확률적으로 처리한다.

보통 디지털 신호의 송수신 규격에 이 에러 확률을 얼마 이내로 정하고 신호를 주고 받는다. 반도체, 컴퓨터, 통신 회로나 시스템 설계할 때 이 애매한 구간이 발생하도록 엄청 노력해서 설계한다. 이 구간을 벗어나면 확실히 '0' 과 '1'로 자신 있게 판정한다.

야구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과 비슷하다. 스트라이크 판정할 때 심판이 자신 있게 소리를 지르고 격조 있게 손을 들어 주어야 한다. 정확히 '1' 이 아니어도 0.7 이상이면 '1' 로 판정하고 정확히 '0' 이 아니어도 0.3 이하면 '0'으로 판정한다. 결과적으로 중간 값이 없고 '1'과 '0' 만 있다. 사람으로 치면 대화하기 어렵고 타협은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과 비슷하다. 정치에 극좌와 극우만 있으면 얼마나 답답할 까? 매일 정쟁만 있을 것 같다.

디지털을 쓰는 또 다른 아주 중요한 이유는 데이터 저장 장치가 디지털에 맞기 때문이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컴퓨터, 데이터 센터에는 여러 종류의 기억장치인 메모리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빅데이터를 기록해 두고, 인공지능 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저장 장치에 담아 두어야 한다. 이 저장 장치로부터 데이터을 꺼내고 담아 내고 한다. 이런 기억장치의 대표적인 메모리가 DRAM 이라고 불리는 실리콘 반도체 메모리이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세계 1,2 위를 다투는 분야이다.

이 반도체는 CMOS 라는 실리콘 반도체의 기억 셀은 스위치와 전자를 담아두는 캐패시터로 이루어져 있는다. 이 셀이 조 단위로 들어간다. 이 스위치는 열렸을 때와 닫혀있을 을 때 두 가지 디지털 상태만 있다. 이 캐패시터에도 전자가 채워져 있는 상태와 비워져 있는 상태 두 가지 디지털 상태만 있다. 여기서 가끔 전자가 새어나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메모리가 열 받으면 이런 현상이 심화된다. 그런데 바로 이 DRAM 메모리가 가장 가격 경쟁력이 있고, 용량도 크고,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 데이터는 디지털 형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오작동 위험도...

그렇지만 디지털이 꼭 좋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디지털을 수학적으로 표현하기에 매우 큰 비용이 든다. 데이터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디지털 신호가 깨끗하게 표현되기 위해서는 '0' 에서 '1' 로의 변화, 또는 '1'에서 '0'으로 변화할 때, 주저하지 말고 빠른 시간 내에 변화해야 한다.

이 디지털 신호의 변화가 관건이 된다. 너무 시간을 끌면 결국 컴퓨터가 느려지고, 스마트폰의 반응이 멍청해지고, 화면이 끊기거나,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다. 그래서 디지털 데이터의 변화가 짧은 시간에 이뤄져야 한다. 이 시간이 피코 초( 1조 분의 1초)의 단위까지 내려가고 있다. 이러한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신호를 수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주파수의 정현파 삼각함수의 무한대 개수를 더해야 표현할 수 있다. 이 디지털 신호의 변환이 빠른 시간 내에 발생할수록 더 많은 수의 정현파 삼각함수로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고속 디지털 신호를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꼭 필요하다면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야 한다.

반면에 고등학교 때부터 배운 sin(x) 로 표현되는 정현파 삼각함수는 매우 부드러운 함수이다. 곡선이 미려하다. 미분도 삼각함수이고 여러 번 미분해도 끝까지 부드럽다. 적분해도 삼각함수이다. 그래서 곡선이 예쁘다. 한가지 주파수의 정현파 삼각함수로 표현 가능하다. 하지만 이제 4 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두 가지 레벨만 있는 딱딱한 디지털 신호의 그래프의 표현은 매우 어렵다. 모양도 너무 직각적이다. 미분하면 무한대 함수로 나타난다. 디지털 신호가 변화하는 순간 무한대의 기울기가 생긴다. 무한대의 순간 전류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갈등이 최대화된다. 이처럼 디지털 신호는 여러 가지 주파수 정현파 삼각함수 신호가 합쳐져 있다. 디지털 시스템의 성능이 향상될수록 더 많은 주파수의 신호가 포함된다. 갈등이 더 커진다.

세상살이에서도 장단점 양측면을 살펴야

문제는 고성능 디지털 신호를 주고 받고나 저장할 때, 이처럼 고주파 신호가 발생하여, 외부로 새어 나온다는 점이다. 고주파는 가만 있지 않고 주변으로 전파되는 성질이 있다. 주변 회로나 시스템에 간섭을 일으켜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오류를 발생시킨다. 또한 통신에 간섭을 일으켜 통신 시스템의 성능 저하를 야기한다. 스마트폰 화면에 흰 줄이 생길 수 있다. 타 회사에 비해 스마트폰의 음질이 더 떨어지기도 한다. 자동차 급발진 현상이 여기서 나올 수도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저장장치,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센서의 개발에는 고속 디지털의 신호 제어가 핵심 기술이다.

고성능 인공지능 서버나 데이터 센터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더 나아가 한가지 주파수뿐만 아니라 여러 주파수를 동시에 같은 성질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관리에는 디지털 신호의 각 주파수에 따른 전파 속도, 임피던스, 신호 손실의 일정한 관리 등 아주 어려운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관리해야 하는 주파수도 100가지가 넘을 수도 있다. 그래서 디지털 소자, 회로와 시스템의 설계가 어려워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고주파 전공자가의 몸 값이 올라간다. 디지털과 고주파라는 서로 상이한 전공을 이해하는 사람이 더 필요하고 있다.

세상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없다. 변화할 때 잡음이 발생한다. 디지털 신호처럼 변화가 급격할수록 사회적 갈등이 더 크다. 3차 산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의 전환도 노력과 시간이라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더욱이 사회 각 분야가 합쳐서 협력해야 하고, 사회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골고루 배려해야 한다. 디지털은 시끄럽고 갈등을 만든다. 실리콘 반도체 DRAM 회사들만 좋아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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