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공급 중단=北 정권붕괴’ 우려하는 중·러 설득 관건
제재 어려울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 등 독자제재로 갈 듯
中, 원유공급 중단 일정부분 협조 가능성도 거론
[뉴스핌=송의준 기자] 미국이 11일(현지시각) 원유공급 중단과 의류 및 섬유 수출 금지 등 북한에 대한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어 통과될 경우 북한에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추진하는 제재안에는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 금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블랙리스트 포함 등도 포함된다. 블랙리스트는 김 위원장을 사실상 전범(戰犯)으로 낙인찍겠다는 의미다. 이 제재안은 결국 중국과 러시아와의 담판결과에 따라 최종안이 결정될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진=AP통신/뉴시스> |
미국은 이날 유엔 안보리에 신규 대북 제재결의를 위한 소집을 요청하기에 앞서 지난 6일 결의 초안을 안보리 14개 이사국에 회람시켰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비공식 안보리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초안 중 북한산 의류 및 섬유 수출 금지 외에는 모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와 섬유수출은 석탄과 함께 북한 수출을 지탱하는 양대 축으로 꼽힌다.
다만 미국이 추진하는 추가 대북제재의 핵심인 원유 수출금지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여전히 심하다는 점에서 이대로 진행된다면 미국이 바라는 제재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연간 북한에 약 50만~100만t(톤)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데, 북한으로서는 이를 공급받지 못할 경우 경제가 급격히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북한 정권 붕괴를 바라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로서는 미국의 제재안에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15개 상임·비상임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 찬성을 얻어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새 제재안 대부분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지만 두 나라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할 경우 결의안 채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아 미국으로서도 플랜B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많다.
미국이 역대 최고 제재를 이끌어 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중국을 설득해 원유공급 측면에서 일정 부분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소한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도록 적정한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이 경우 제재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어 결국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책임을 돌리고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포함한 독자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의 주 교역대상인 중국과 마찰이 불가피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유엔 제재안 결의에서 미온적이었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원유공급 중단에 대해 중국이 미국에 일정 부분이라도 양보하면서 제한적 공급, 또는 한시적 중단 방식으로 공급을 줄이는 중재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기자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