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쿼티론 금융위기 이후 최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집값이 오르면서 소위 홈에쿼티론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과도한 대출이 커다란 잠재 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는 데다 과거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사태를 부추긴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실리콘밸리의 고가 주택 <출처=블룸버그> |
28일(현지시각) 신용 조사 업체 에퀴팍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홈에쿼티론이 8% 급증, 약 46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 금융위기가 본격화됐던 2008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홈에쿼티론이란 기존의 모기지 대출을 제외하고 주택의 순가치를 담보로 한 2차 대출을 의미한다. 이와 함께 대출 규모를 늘려 새로운 모기지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 역시 6% 급증한 150억달러에 달했다.
주택을 담보로 한 신용 창출의 급증을 부추긴 핵심 요인을 집값 상승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존 주택 가격의 중간값이 26만38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초 18만7900달러에서 무려 40% 뛴 수치다.
TD뱅크의 마이크 키네인 소비자신용상품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주택 가격이 안정적이거나 오르고 있다고 판단할 때 주택을 담보로 한 2차 대출을 확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 밖에 고용 안정에 대한 신뢰가 높을 때도 홈에쿼티론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금리가 상당 기간 현 수준에서 안정적인 추이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주택을 담보로 한 신용이 급증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 같은 움직임은 10년 전 주택 버블이 몸집을 불렸던 당시 두드러졌던 모습이다. 은행권은 대출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에 최근 홈에쿼티론이 증가를 버블 조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잠재적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과도하게 홈에쿼티론을 받은 주택의 경우 총 대출금이 집값보다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시장 가격에 주택을 매각해도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지 못하는 소위 ‘깡통 주택’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특히 일반적으로 대출자들이 10년간 이자만 상환한 뒤 원리금을 함께 갚아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할 경우 충격이 장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로 금리인상을 단행, 모기지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에도 주택 시장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WSJ은 금융위기 이전 집행된 대출의 원금 상환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며, 이 물량이 해소되는 데만 1~2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