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석 신생 정당이 하루 아침에 공룡 여당돼
창당 1년 앙마르슈…당당함과 새로움이 비결
[뉴스핌= 이홍규 기자] 국회의원을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하던 신당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전체 의석의 77%를 차지하는 공룡 여당이 되는 일이 현대사에서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이 믿기 어려운 일이 프랑스에서 나타났습니다.
12일 프랑스 내무부는 1차 총선 결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신당 '레퓌블뤼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과 민주운동당 연합 득표율이 32.32%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8일 결선투표까지 유권자들의 표심이 이어진다면 앙마르슈는 전체 하원 의석 577석 가운데 415 ~445석을 확보하게 됩니다. 전체 하원 의석의 77%를 석권하게 되는 셈이죠.
1968년 73%의 득표율을 얻었던 샤를 드골 당시 대통령의 총선 승리를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일각에선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영웅'으로 대접받은 드골 이후 최고의 국정 장악력을 쥐게 됐다는 평가까지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창당한지 갓 1년을 넘긴 마크롱의 앙마르슈의 성공 비결은 어디 있을까요? 바로 마크롱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당당함과 새로움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감에 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깜짝 놀라게 한 강렬한 악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면전 앞에서 선거개입 의혹 제기 등 이른바 '스트롱맨' 잡는 젊은 조련사로 나선 마크롱 대통령의 모습은 '위대한 프랑스'를 갈망해온 프랑스인들을 열광시켰습니다.
기자회견하는 (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사진=AP> |
"러시아투데이, 스푸트니크는 언론이 아니라 거짓을 전파하는 선전 기관처럼 행동했다", "해외 언론이 가짜뉴스로 민주주의 선거에 개입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 마크롱 대통령, 5월 29일 프랑스 베르사유궁 러시아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마시멜로'라는 별명처럼 우유부단하고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올랑드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당당한 30대 대통령에 프랑스인이 환호하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이웃나라 독일의 2배를 뛰어넘고 청년실업률은 25%에 육박했지만 이 같은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기존 정치권들의 무력함 역시 유권자들이 마크롱의 앙마르슈를 선택하게된 이유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 노조의 협상권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반발하는 노동단체는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했고, 단호한 강행 의지를 밝히면서 일자리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22명의 각료 중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고 공천자 절반을 선출직 공직 경험이 없는 시민사회 출신 전문가로 선정했죠. 파리 근교 지역구와 프랑스 남부 가르에서 앙마르슈 소속으로 출마한 천재 수학자 세드리크 빌라니와 투우사 출신 마리 사라 후보가 대표적입니다.
(좌) 세드리크 빌라니, 마리 사라 <사진=위키피디아, alchetron.com> |
사회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참패한 브누아 아몽은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이어지는 마크롱의 돌풍을 '마크로 마니아'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습니다. 마크롱의 이름에 '마니아'를 합성한 이 신조어는 마크롱에게 광적으로 열광하는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를 가장 잘표현해주는 듯합니다.
과연 마크롱의 독주가 언제까지, 또 얼마나, 어떻게 이어질지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사진=AP통신> |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