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배우는 50대···뉴노멀 중년으로 변신
“인생 뭐 있어?” 회춘 70대의 발칙한 하루
[뉴스핌=이보람 기자] 황혼에 접어든 이들이 은퇴 후 길게는 40년을 사는 '100세 시대'가 됐다. 자신만의 '인생 2막'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새로운 설렘과 즐거움으로 은퇴 후 두 번째 삶을 채우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특히 이들 중장년층은 나이대별로 조금씩 다른 삶을 보내고 있었다.
◆ "할 게 많아요" 다시 배우는 50대
"다시 한 번 인생의 설렘을 느끼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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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의 연극수업. |
지난달 30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서울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 3층 한 강의실에선 연극 수업이 한창이었다.
조심스레 문을 열자, 앞쪽 무대에는 빨갛고 파란 의상을 입고 직접 만든 것으로 보이는 소품을 든 배우들이 대사를 읊고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중 한 장면이었다.
텔레비전에서 흔히 보던 연극 연습의 한 장면이었지만 다른 점은 하나, 배우들이 모두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이라는 점이었다.
지칠 법도 한데 대사 한 마디, 손짓 한 번, 표정 하나까지 진지한 연습이 두 시간 내내 계속됐다.
오은영(여·51)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오 씨는 "저 무대에 오르면 누구나 똑같이 무명배우가 된다"며 "오랜만에 가슴 뛰고 설레는 일을 만났다"고 말했다. 어린아이처럼 반짝이는 눈빛이었다.
또 "학기가 끝난 뒤에도 모임을 이어갈 계획"이라면서 "요양원이나 병원 등 소외된 이들이 많은 곳에서 연극을 하면서 이들에게 저희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같은 시간 아래 층 강의실에서는 또다른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영상 촬영과 편집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영상맥가이버' 수업이었다.
해당수업 한 관계자는 "강의를 듣는 분들은 대부분 50대나 60대로 더 나이 많은 분들은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많아 수업을 따라오기 힘들다"며 "이분들은 대부분 전문적인 기술을 익혀서 재창업을 하거나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갓 은퇴한 50~60대 중장년층은 여전히 사회 활동에 대한 욕구가 강한 만큼, 자신의 새로운 삶을 설계하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받는 이들이 많았다. 여전히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도 나이라는 물리적 장벽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은퇴를 했기 때문이다.
◆ '청춘극장' 찾는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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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극장'에서 어르신들이 가수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하고 있다. |
그런가하면 이들보다 나이가 더 많은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즐거운 일들로 자신의 삶을 채우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청춘극장'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마찬가지다.
고전 영화들을 저렴한 가격에 상영하며 어르신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청춘극장. 매주 수요일에는 영화 상영에 이어 '청춘은 떼창이다'라는 노래 공연이 이어진다. 흥겨운 노래와 춤을 함께 부르는 시간이다.
공연이 예정된 지난달 31일 오후 2시 30분. 1, 2층 객석을 합쳐 약 250석인 청춘극장은 이미 빼곡히 들어선 관객들로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대부분 70대 이상 어르신들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어르신들은 큰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함께 노래를 부르는 시간에는 극장 바깥까지 어르신들의 노래소리가 흥겹게 흘러나올 정도였다.
이날까지 7번째 극장을 찾았다는 손용돈(남·79세)씨는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한데 여기 오면 즐겁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며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했는데 친구들도 모두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객 A씨(남·70세)는 아예 자리에 앉지 않고 맨 뒤에서 공연을 즐겼다. 그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해야 되는데 자리에 앉으면 불편하다"고 서서 공연을 보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자가 흥겨운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건네면서, 어르신들이 웃음과 박수 소리는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커졌다. 극장 안 공기가 뜨거워지면서 에어컨이 켜져 있는데도 손수건으로 땀을 훔치거나 손 부채질을 하는 어르신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2년째 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민영기(남·79세)씨는 "이곳을 찾는 분들은 평균 70~80대로 많은 분들이 단골"이라며 "자주 오시는 분들 중에서는 건강이 더 좋아진 것 같은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을 볼 때면 뿌듯하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또 "여기서 웃고 노래하고 즐기다보니까 젊어지는 거지. 나도 젊어진 거 같아"라며 "이렇게 어르신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즐길 수 있는 극장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