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도산 위기에…"산업은행 압박 지나쳐" 비난도
[뉴스핌=방글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을 진행 중인 산업은행이 ‘채권 연장’ 카드를 꺼내들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채권 만기가 연장되지 않은 경우,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는 데다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은행권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2조2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안고 있다. 이 중 1조3000억원이 내달 30일 만기를 앞두고 있고, 9900억원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2시 주주협의회를 열어 채권 만기를 9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중국계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이 끝날 때까지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사진=뉴스핌> |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채권 만기를 압박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채권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채결할 당시,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20년간 보장하는 내용을 선행조건으로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박 회장이 상표권을 허용해주지 않으면, 매각이 무산되는 셈이다.
박 회장 측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상표권 포기와 법정관리라는 두 가지 모두 매력적이지 않은 탓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합리적인 수준의 합의가 전제될 경우 상표권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20년간 허용에 대해서는 “상표권은 단순히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도 고려해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호타이어 채권 만기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채권단이 보유한 여신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 지분 40%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압박이 지나치다는 비난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1조원도 안 되는 회사를 못 팔게 됐다고 2조원이 넘는 여신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냐”며 “제2의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 경영이 원활하게 되도록 도와야 할 국책은행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채권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