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한국 ETF에서 21.7억달러 빠져나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올들어 삼성전자를 포함해 한국 대표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글로벌 자금이 21억7000만달러 이탈했다는 것.
월가의 트레이더 <출처=블룸버그> |
평균 12%에 이르는 수익률을 제공한 ETF 상품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자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강한 저항력을 보인 한국 주식시장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블룸버그는 주장했다.
연초 이후 이탈한 자금 가운데 절반 가량은 삼성 코덱스 200 증권 ETF에서 발생했다. 이 ETF는 올들어 16%에 이르는 수익률을 냈지만 11억5000만달러의 매물이 쏟아졌다. 이는 올들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 ETF 가운데 최대 규모의 ‘팔자’에 해당한다.
쇼 앤드 파트너스의 제임스 오디스 자산운용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인해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함께 ETF가 두 자릿수의 고수익률을 창출한 데 따른 차익실현 매물도 가세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펼쳤고, 원화 역시 달러화에 대해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상황.
지난주 골드만 삭스는 투자 보고서에서 2017년 한국 자산시장의 랠리가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장기간에 걸친 북핵 리스크에 투자자들이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 하락에 매입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의 하락 베팅이 활발하게 전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마킷에 따르면 연초 이후 MSCI 사우스 코리아 캡트 ETF에 대한 하락 포지션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유통 물량 대비 하락 베팅의 비중이 이달 8%까지 치솟으며 2016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율리우스 바에르 은행의 마크 매튜 아시아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북한과 사드 이외에 문재인 신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해 친기업적이지 않은 점까지 악재가 셀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