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공부카페·독서실 찾는 재수생 꾸준
시스템 잘갖춘 인터넷강의·EBS, 혼공 한몫
“종합반 싫어” 유명학원 ‘독학반’ 운영 대세
“잘하는 과목·쉬운 과목만 공부하면 안돼요”
[뉴스핌=황유미 기자] "(재수종합)학원을 다니면 자습할 시간이 없어요. 저한테 맞춰 시간을 활용하는 게 편해서 혼자 공부해요."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독서실 카페에서 재수생들이 혼자 공부하고 있다. 재수생 및 N수생들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독서실, 도서관, 카페 등에서 독학 재수를 선택하고 있다. |
지난달 28일 오후 강남의 한 독서실 카페 구석자리에서 만난 재수생 정모(여·20)씨. 정씨는 책상 위에 EBS 문제집과 지난 3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윤리와 사상' 과목이 프린트돼 올려져 있었다. 정씨는 수능준비를 위해 주로 도서관과 스터디 카페를 번갈아 이용한다고 했다.
나홀로 시대. 혼밥·혼술 등에 이어 수능준비도 혼자하는 재수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능을 위한 필수코스였던 '재수종합학원' 대신 '혼공'을 택하는 재수생 및 N수생(재수생 이상)들은 '시간활용을 자신에게 맞춰 할 수 있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3월29일 이른 아침 1시간여 동안 서울 광진구립도서관 열람실에 입장하는 시민은 40여명. 이 중 10명 정도가 재수생과 N수생이었다.
이들의 책상에는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기 위한 스마트패드와 '고전문학 첫 기본 완성', '수학 가형 기출문제집' 등이 올려져 있었다.
재수생들은 독학을 선택하는 이유로 '자유로운 시간 관리와 환경'을 꼽았다. 삼수생이라 밝힌 권모(여·21)씨는 "학원보다 환경이 더 나은 것 같아서 도서관에 나오고 있다"며 "학원은 거의 막혀 있어서 답답하고, 다녔을 때 성적도 별로 안올랐다"고 말했다.
N수생 박모(여·22)씨는 "강남 유명 종합재수학원을 다녔는데 수능 시험을 망쳐서 올해는 혼자 공부하고 있다"며 "학원은 배운 것을 복습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자습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예체능을 전공해서 실기 준비 때문에 종합학원이 부담스럽다고 말하는 재수생도 있었다.
정모(남·20)씨는 "체대 준비를 하는데 실기도 따로 준비해야 해서 종합학원 다니기에는 시간이 없다"며 "국어만 좀 부족한 것 같아서 국어만 따로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독서실을 등록해 꾸준히 자습을 이어가는 재수생들도 늘고 있다. 광진구의 한 독서실에서 만난 재수생 엄모(남·20)씨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오히려 혼자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공부가 더 잘되는 것 같다"며 "또 인강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혼자 풀 수 없으면 질문을 (온라인상에) 올리고 답을 받으면 된다"고 '혼공'의 장점을 설명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한 수험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독학 재수의 흐름은 학원가에서도 읽혀진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독학'이라고 이름 붙인 재수학원을 추출한 결과 19곳이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학재수학원'은 모든 수업을 강의 형식으로 진행하는 종합학원과 달리 학습은 스스로 하고 출석 등의 관리 감독만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종합재수학원에서 독학반이 운영되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독학재수학원은 이보다 더 많다.
종로학원은 현재 재수종합학원과 병행하는 독학재수반, 별도의 독학재수관, 독학재수기숙학원 등을 포함해 전국에 학원 17곳을 운영하고 있다.
스카이에듀 역시 강남, 신촌, 송파, 수원 등 학원에서 독학재수반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3곳 더 늘렸다.
이투스 교육도 자회사를 통해 전국 60곳의 독학재수학원을 운영 중이다.
이투스교육 관계자는 "종합재수학원을 다닐 경우 일방적으로 학원 진도에 따라가야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이 불편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능이 그렇게 어렵지 않게 나오다 보니 실력이 부족해서보다는 실수, 컨디션 난조 때문에 성적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게 부족한 과목 등만 집중적으로 보완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고 독학의 인기에 대해 설명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혼자서 수능을 준비하는 재수생들에게 '혼공'의 단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철저한 자기통제와 관리가 중요하다"며 "특히 독학은 본인이 잘하는 과목이나 쉬운 과목 위주로 공부를 하기 마련인데, 전체적인 학습이 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고르게 짜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재수생들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혼자 공부해야 하는데 장기전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등을 스스로 찾아서 안정되게 이 기간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