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기자]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대표적인 증시 격언중 하나다. 투자한 내 주식에 대한 지나친 맹신을 경계한 말이다. 투자자들끼리 커뮤니티를 만들어 모임을 갖고, 주가가 오르면 축하파티도 하는 게 요즘이다. 주주들이 돈을 모아 투자한 회사의 광고를 하기도 한다. 또 여기저기서 들은 얘기를 회사에 전달하고 좋은 내용은 외부에 적극 홍보도 한다. 회사측에 "왜 이런 좋은 내용을 알리지 않느냐"고 닦달도 한다. 물론 회사에선 "우리도 나름대로 홍보 전략이 있는데, 정말 귀찮게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푸념도 나온다.
어쩌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 뉴스나 리포트라도 나오면 난리가 난다. 기사나 댓글에 온갖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고 기자나 애널리스트 등에게 항의성 메일도 적극 보낸다. 주가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온갖 트집을 잡는다. 기자에게는 '왜 이 시점에 그런 기사를 쓰느냐', '주가가 떨어졌으니 손해배상 청구하겠다' 등의 말을 내뱉는다. A 애널리스트는 "부정적 내용이 리포트로 나가면 항의성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업무를 할 수가 없을 정도다"고 한다. 회사의 부정적인 내용을 쓰는 기자나 애널리스트가 일부 주주들에겐 '악의적 세력과 연계된 조직'으로만 보이는 듯하다.
유독 이런 투자자들이 많이 꺼내는 말이 있다. '공매도 폐지'. 주식 관련 정책기사가 나오면 댓글 중에 유독 많은 내용이 '그럴 시간에 공매도나 폐지하라'는 식이다. 공매도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개관XX들'로 비하되고, 공매도의 순기능 등이 언급된 기고문에는 "너도 한통속"이라는 식의 비아냥섞인 글들이 올라온다.
이에 대해 가치투자로 수천억대 주식자산을 일궈낸 한 개인투자자는 "좋은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기회의 영역이다. 싸게 살 기회를 주는데 왜 파는 사람을 욕하는가"라고 한다. 물론 100% 올인한 상태라면 해당되지는 않는 얘기다. 아마도 주식을 사랑한 사람들은 그 기업에 여유자산 100% 가까이 몰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이상 전략의 여지가 없고 앞으로 무조건 올라야만 되는 상황인 셈이다.
공매도 뿐만이 아니다. 해당 주식을 파는 주체들도 대체로 '악의 축'으로 인식된다. 국민연금이 팔면 국민연금과 정부를 욕한다. 국민연금은 항상 주식을 사기만 해야 하는 주체인가 반문하고 싶다.
주주들이 투자 기업과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주로 신약이나 바이오, 신기술 등 성장주에서 많이 나타난다. 1년에 20~30% 문제가 아니라 이런 주식들은 한번 제대로 터지면 5배~10배를 갈수 있는 주식들이다. 몰빵 투자를 했다면 그야말로 인생이 바뀔만한 규모일 수도 있다.
지난 2015년 바이오주들이 한창 잘 나갈때 주변에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얘기가 가끔 들려왔다. 누가 몇십억을 벌었다. 몇백억을 벌었다는 식의 얘기들이다. 주식을 사랑한 사람들은 아마 이런 미래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 극히 일부 투자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