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불어라 미풍아> |
[뉴스핌=양진영 기자] '불어라 미풍아'가 시청률로 선방하며 종영했다. 임수향이 뜻밖의 수혜자로 꼽히는 가운데 새 드라마 '당신은 너무합니다'의 독특한 소재와 주인공들의 면면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26일 MBC '불어라 미풍아'가 53회로 막을 내렸다. 26.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방영 내내 전작을 뛰어넘는 흥행은 없었지만 꾸준하게 20%를 넘나드는 성적을 유지했다.박신애 역의 임수향이 악녀로 절대적인 비중과 장악력을 과시한 데 비해 여러 모로 아쉬움을 남긴 채 종영했다.
그럼에도 최근 주말드라마 가운데 가장 반응이 좋았던 '불어라 미풍아'였던 만큼, 후속작 '당신은 너무합니다'의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모창 가수의 삶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엄정화, 구혜선이 두 원조와 가짜를 연기하는 여주인공으로 색다른 매력을 예고했다.
◆ 오지은→임수향 교체, 악행에 포커스 맞춰…탈북민 소재 특성 못살린 아쉬움
'불어라 미풍아'는 초반 10%대의 시청률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지만, 안타까운 소식으로 더 주목받앗다. 박신애 역의 오지은이 부상으로 하차하며 임수향이 투입된 것. 극중 탈북한 미풍(임지연)과 별개로 신애의 얘기가 본격 전개될 시점이라 오지은과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후 '미풍아'에는 임수향만 남았다. 스토리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건 물론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의 자신의 거짓말을 감췄다. 미풍과 그의 가족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같은 탈북민이 재산을 상속 받기 위해 가짜 손녀 행세를 하고, 진실을 감추려 혈안인 장면이 이 드라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진=MBC 불어라 미풍아> |
결국은 '미풍아' 역시 소재를 아무리 달리 해도, 주말드라마라는 더 큰 범주에서 벗어나는 작품이 될 수 없었다. 현실적으로 탈북민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기보다 탈북민들끼리 오히려 적이 되는 상황을 설정한 것도 아쉬움을 남긴다. 미풍은 여느 탈북민의 문제로 한국 사회에서 핍박받은 것이 아니라 신애 개인의 악행으로 피해를 봤기 때문. 그를 이유없이 미워한 황금실(금보라) 정도만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라고 볼 만 하다.
이 탓에 임수향이 '미풍아'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중간에 투입됐지만 위화감없는 북한말 사투리를 선보였고, 타 작품에서와 확연히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타이틀롤은 아니지만, 모든 사건에 임수향이 연기하는 신애가 있었고, 주도적으로 극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 지독하게 악녀에게만 집착한 주말드라마의 특성이 '불어라 미풍아'가 현실을 잘 담아내는 걸 방해했다는 평도 나온다.
◆ 또 다른 이색 소재 '당신은 너무합니다', 이번에도 겉만 다른 막장극 될까
'미풍아' 후속 '당신은 너무합니다'에도 비슷한 우려가 쏟아진다. 엄정화와 구혜선, 강태오, 전광렬, 손태영 등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웠고, '모창가수'라는 다소 생소한 설정을 가미했다. 하지만 이미 범상치 않은 인물 간의 관계가 불길한 예감을 들게 한다.
엄정화가 연기하는 극중 톱 가수 유지나는 화려함 뒤 외로움과 자식을 버린 아픈 상처를 지닌 여자다. 정확히 대비되는 캐릭터로 모창가수 정해당(구혜선)이 등장하고 둘은 특별한 관계를 쌓아간다. 안타깝게도 유지나는 정해당의 연인(재희)을 빼앗고, 정해당은 후에 유지나의 버려진 아들 이경수(강태오)와 남녀관계로 엮이게 된다. 악연 중의 악연이 아닐 수 없다.
<사진=MBC> |
확실히 구혜선이 엄정화의 모창가수로 나온다는 점이 조금 특이하게 느껴진다. 반면 공감을 보낼 시청자가 얼마나 될런지는 알 수 없다. 해당은 가수의 꿈을 접고 동생들과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밤무대 모창가수로 활약해 돈을 번다. 짠한 사연이긴 하나 현실성이 없다. 마치 20-30년 전 어머니 세대의 젊은 시절 고생을 보는 듯 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기대를 걸 만한 지점은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엄정화와 좀처럼 모창가수로 보이지 않는 구혜선의 연기다. '청춘의 덫'으로 인상적인 로맨스 연기를 보여줬던 전광렬의 '중년 로맨스'도 기대 요인이다. '당신은 너무합니다'가 다소 황당한 설정을 납득시킬 만한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살짝만 바꿔 겉만 다른 막장극이 되지 않길 빌어본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