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스트레스성 질환 불면증·편두통 급증
메시지·SNS 등 외부 자극에 스트레스도↑
혜민스님 “좋은 생각? 생각 안하는 것만 못해”
휴일만이라도 생각·고민 안하기 추천
[뉴스핌=황유미 기자] # 직장인 A(여·29)씨는 금요일 퇴근 직후 휴대폰을 끈다. 그리고 탁자에 앉아 컬러링북을 꺼내 2페이지 가량을 채워나간다.
아무 생각 없이 몇 시간을 색연필로 그림을 채우다보면 A씨는 회사에 늘 느낀 긴장감이 좀 해소되는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카톡, TV 이런 것들도 주말에는 피곤하게 느껴진다. 생각 안 할 수 있는 이런 활동들이 나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
스트레스 시대다. 현대인들은 이런 스트레스에 대한 반작용으로 '버리기'를 시작했다. 집의 가구도 버리고, 안 입는 옷도 버렸다.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생각'을 버려야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주말에 잠깐이라도 무념무상(無念無想)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받는 스트레스 정도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대표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알려진 불면증, 편두통, 위염 등의 질병이 증가하는 데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불면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193만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1년 32만5000명에서 2015년 45만6000명으로 약 40% 가량 증가했다.
또다른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는 편두통 환자 역시 2010년 47만9000명에서 2015년 50만5000명으로 늘어난 것이 확인됐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걱정과 생각들은 사실 외부 자극에 의해 발생한다.
SNS와 메신저 등 자극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과가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울리는 메시지 알림은 직장인의 가장 큰 스트레스로 꼽힌다. 인간관계도 늘어는데다 시시때때로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특유의 엄격한 예의와 규범, 체면문화도 한몫한다. 이것들은 '이 상황에 내가 맞게 행동한 것인가', '무례했던 것은 아닌가'의 고민을 이어지게 하는 자극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모든 자극에서 휴일만이라도 벗어나기를 추천한다. 물리적인 자극에서 멀어질 뿐만 아니라 해당 자극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도 잠시 끊을 것을 추천한다.
기존의 생각 자체가 반복될 뿐만 아니라 프레임으로 작용하면서 닥친 문제에 대해 좁은 시야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대인들은 업무에서 잠깐 해방되는 게 필요하다"며 "주말에 걱정이나 고민을 끊임없이 반복 생각하는 것보다는 생각 자체를 비우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각을 비우는 방법으로 컬러링북 색칠하기, 뜨개질 하기, 운동하기 등 단순한 활동을 추천했다.
곽 교수는 "오히려 주말에 머리를 비우면, 월요일에 회사에 갔을 때 꽉 막혔던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등 문제가 새롭게 인지될 수 있다"고 했다.
'멍때리기' 대회 자문의인 황원준신경정신과의원 황원준 원장 역시 잠시 뇌를 쉬어줄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병원을 찾는 환자의 대부분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의식적으로 스트레스를 씻어내는 '멍 때리기'를 통해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의 힐링 멘토인 혜민스님도 한 방송에 출연해 "하버드대에서 한 실험을 했는데 생각을 멈추고 쉬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좋은 생각이라도 생각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