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예능화... '양날의 칼'
정치적 엄숙주의 타파, 정치 국민적 관심도 높여
정책 검증은 회피하고 홍보 수단으로 전락 우려도
[뉴스핌=조세훈 기자] 정치권에 예능 바람이 불고 있다. 토론회로 대표되던 미디어 선거운동의 범위가 JTBC ‘썰전’, ‘양세형의 숏터뷰’ 등 예능프로그램으로 확대됐다. 대선주자들은 인지도 상승과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 출현하고 있다.
미디어 선거운동은 선거의 판도를 좌우할 만큼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다. 초기 모델은 TV토론회다. 1960년 미국 대선에서는 공화당 닉슨 후보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처음 실시된 TV토론 직후 민주당의 정치신인이었던 케네디 후보가 대선승리를 거뒀다. 이후 정치인의 미디어 출연은 점차 확대됐다. 1992년 대선에서는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TV 토크쇼에 참여해 색소폰을 연주해 지지층을 넓혔다.
대권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각각 '양세형의 숏터뷰'에 참여해 예능감을 선보였다. <사진=SBS> |
우리 정치권도 정치적 엄숙주의의 틀을 깨고 예능참여를 늘리고 있다. 출현한 정치인은 밥상머리의 화제로 오를 수 있을 뿐더러 친숙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2009년 MBC 황금어장 무릅팍도사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양세형의 숏터뷰’에 참석해 대박을 쳤다. 도올 김용옥이 “너무 추상적이다”고 말할 만큼 딱딱한 모습으로 평가받던 그는 예능감으로 친숙감을 더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JTBC ‘썰전’에 출연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4말 5초'라는 벚꽃대선이 유력해지면서 대선주자들의 예능참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KBS 2TV의 대표적 예능인 '해피투게더3'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그리고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대선주자 5인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SBS도 현재 진중권 교수와 방송인 허지웅 씨 등이 대선주자들을 면접 하는 방식인 '대선주자 국민면접'을 방영중이다.
다만 정치 예능은 정책 검증보다 후보 이미지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후보 검증이 날카로운 질문보다는 후보의 해명을 듣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전문성 없는 진행자가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개인사에 집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다보니 후보들은 부담스러운 토론회보다 이미지 정치를 할 수 있는 예능출현에 더 호의적이다.
이재명 시장은 13일 “토론회에 대한 문 대표의 이런 태도는 토론을 기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며 "대선후보들간 토론은 시기상조라면서 단독 초청 인터뷰나 예능 프로그램 등에 출연한 모습은 이런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고 꼬집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대선주자에게 예능 프로그램은 위험부담은 줄이면서도 돈 안들이고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장(場)”이라며 “예능 출현이 후보당사자에게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국민들의 후보간 비교평가를 돕기 위해서라도 상호토론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