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터필라·고마쓰 행보 주목
[뉴스핌= 이홍규 기자] 글로벌 중장비 산업이 소프트웨어 주도 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생존 위기에 처했던 중장비 업체들이 무인 기술 도입 등으로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특히 글로벌 중장비 업체인 미국 캐터필라와 일본 고마쓰의 행보가 주목된다.
캐터필라와 고마쓰는 원격 기술부터 무인 트럭까지 모든 신(新)기술을 동원해 중장비 업계에 새 시대를 열고 있다. 캐터필라의 불도저 기사는 무려 2700km 떨어진 연구실에서 104톤짜리 불도저를 운전한다. 불도저는 미국 미시간 호에서 멀지 않은 사막의 모래 더미와 타이어들을 유유히 통과한다.
◆ '디지털'화로 비용 절감
고마쓰의 수석 경영진인 쿠로모토 카즈노리 씨는 "미래의 제조 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될 것"이라며 "디지털 변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와 빅데이터는 모두 오늘날의 세계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비 제조업체들이 대부분의 장비를 디지털 화(化) 하기로 작심하게 된 계기는 원자재 폭락의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으면서다. 철광석 가격이 6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나면서 광산 장비의 분기 판매액은 2012년 절정을 이룰 당시보다 80%나 줄었다. 비용 절감이 필요했다. 캐터필라 불도저 한 대를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개월에 걸쳐 약 300만달러에 달한다.
(흰색) 광산 장비 판매량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변화의 속도는 더디지만 캐터필라와 고마쓰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존폐 기로에 놓여 여러 수단을 고심했던 결과물들이 한 데 응집해 새로운 기술 개발의 촉매제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국제지속개발연구원(IISD)의 자료에 따르면 업계의 새로운 기계 개발은 향후 10년~ 15년 사이 정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비 기기의 주요 사용처인 광산에서 자동화의 첫 번째 대상은 철광석을 싣고 나르는 운송 장비였다. 현재 운송 장비 자동화에 나선지 8년이 지난 캐터필라와 고마쓰는 자율주행트럭 100대를 운영하고 있다. 고마쓰의 무인 트럭을 도입한 광산업체 리오틴토는 덕분에 원재료 적재 비용을 이전과 비교해 15% 줄일 수 있었다.
◆ 사라진 일자리 어떻게 하나
이에 대해 '그로스앤드밸류 스탁 리서치 오브 재팬'의 이하라 요쿠 회장은 "산업 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세계 경제에 친숙한 전환"이라며 이제 "문제는 새롭게 출현한 신 기술로 없어진 일자리는 어떻게 다룰지 여부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요쿠 회장의 지적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모든 일자리를 자동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형 불도저들이 정지 작업이나, 바위 및 광물 운반 작업, 그리고 이를 트럭에 적재하는 데 투입되는 만큼 이를 조종하는 사람 손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원격과 자동화 기술 덕분에 재능있는 기사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광산 대부분이 고립된 지역에 있는 탓에 이전에는 인력을 광범위하게 구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리모콘 기술을 이용하면 2700km의 거리에서도 근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대 5대의 불도저를 혼자서도 제어할 수 있다. 각 차량에 장착된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서다.
무엇보다 고마쓰는 이 기술 덕분에 인구의 노령화와 이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마쓰는 일본에서 드론(무인기), 삽, 3-D 레이저 스캐너 등을 인터넷에 연결해 토지 측량에서부터 굴착 작업까지 자동화해 서비스로 제공한다. 현재 2000여개의 건설 현장에서 고마쓰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