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내각, 정부 회의론자, 오바마 반대론자 결집"
"나바로·로스 통상 주도…무역 회복 위해 무엇이든 할것"
"외교·안보, 틸러슨보다 마티스·플린·펜스에 무게"
[뉴스핌= 이홍규 기자] 새해 미국을 이끌어 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선이 거의 마무리됐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 그리고 친(親)기업주의 색채를 풍기는 인물들이 다수 포진됐고 무역 불균형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강경론자들의 인선이 두드러졌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21개 부처 가운데 17곳의 인선 작업을 종료했다. 경제 통상 분야에는 트럼프의 규제 개혁과 보호 무역 공약 실현을 책임질 월가 출신들이 중용됐고 외교 안보 분야에는 친러·반(反)중 성향의 인사가 내정됐다. 구랍 31일 미국 CNN방송 등 현지 언론은 각 부처 내정자들은 정부 역할에 대한 깊은 회의와 오바마 행정부가 도를 넘었다는 믿음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 "로스·나바로, 무역 적자 회복 위해 무엇이든 할것"
트럼프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담당할 국가경제위원장, 재무장관, 상무 장관 자리에는 각각 게리 콘, 스티브 므누신, 윌버 로스가 내정됐다. 이들은 전부 공직 경험이 전무한 월가 인물로 콘과 므누신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이 같은 인사는 트럼프가 공약한 월가 금융 규제 완화와도 무관치 않다.
백악관에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에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임명한 점이 눈에 띈다. 반 중국 강경 매파 인사로 정평이 난 피터 나바로는 대(對)중국 무역 불균형 문제를 강하게 비판해온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노믹스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보호무역을 피터 나바로 교수가 지휘하고, 이를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무역대표부 대표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 무역 연구소(Asia Trade Institute)의 데보라 엘름스 이사는 "로스와 나바로는 이미 미국이 무역 전쟁에 뛰어 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손해보는 무역 전쟁에서 벗아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다"고 미국 CNBC뉴스와 인터뷰했다.
◆ "외교·안보, 틸러슨보다 마티스·플린·펜스"
외교 안보 라인에는 강경파(Hawk)들이 가득찼다. 국무장관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 지기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함으로써 친 러시아 행보를 분명히 했고 국방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각각 퇴역 장성인 제임스 마티스, 마이클 플린을 내정함으로써 국방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이들의 조합은 트럼프가 그리고 있는 미국 대외정책의 세 가지 줄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이슬람국가(IS) 퇴치와 이란 압박, 러시아 관계 개선, 중국 세력 억제가 바로 그것이다. 마티스와 플린은 과거 중동에서 전투를 경험했던만큼 나름 중동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다.
이에 대해 미국 CNN방송은 석유 재벌인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아랍 세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그러나) 국무부는 중동 지역에 관해 더욱 전통적인 (미국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새 행정부의 외교는 국무장관이 아니라 마티스와 플린을 비롯한 네오콘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 오바마 레거시 지우기…"보건·환경 급변 예고"
사회 분야에는 오바마 반대론자들이 대거 투입됐다. 환경, 보건, 교육 분야에서 전임 오바마가 남긴 흔적을 일소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가 반영됐다.
보건장관 지명자 톰 프라이스는 대표적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반대론자다. 그동안 톰프라이스는 2009년부터 오바마케어를 대체하기 위한 입법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으며 오바마케어가 의사와 환자의 의료 결정을 제한하는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환경청장 내정자 스콧 프루이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수질 오염 방지 규제 등을 저지하기 위해 집단 소송을 주도한 전력이 있다. 노동장관으로 선택된 앤드루 퍼즈더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 해왔다. 일각에서는 노동자를 위하는 자리에 최저 임금 인상 반대론자가 지명되고 환경 보호에 앞서야 할 위치에 기후 변화 반대론자가 내정됐다며 행정부의 정체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에게 자부심을 부여할 첫 번째 내각이 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각료가 자신이 담당하게 될 기관의 폐지를 원하는 첫 번째 내각이기도 할 것"이이라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