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 3조원 규모 경협 추진…영토문제는 해결 '난망'
[뉴스핌=김성수 기자] 러시아와 일본 정상이 영토 분쟁이 있는 북방 4개섬에 대해 공동 경제활동을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하고, 다만 이것이 영토 주권 쟁점을 건드리지 않는 것임을 확인했다.
양국은 3조원 규모의 경제 협력의 일환으로 10억달러 규모의 별도 투자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성명을 통해 '북방 4개섬'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위한 협의 개시에 서명했다 보도했다.
이 성명은 경제 협력이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는 공동의 인식을 명기하고, 다만 공동 경제활동의 조정이나 실시 등이 평화조약 문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디고 신문은 전했다. 영토 주권 문제는 별도 사안으로 남긴 셈이다.
앞서 15일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야마구치현의 온천장에서 약 5시간 가량 회담했고 이어 이날 도쿄로 자리를 옮겨 회동을 지속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평화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것은 과거의 잔재"라면서 "상호 신뢰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며 공동 경제활동의 실현을 통해 평화조약을 위한 신뢰 구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도 "공동 경제활동이란 특별한 제도는 러일 양국 사이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며 평화 조약 체결을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방 영토 교섭은 아직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세대에서 영토 문제와 평화조약 체결의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오른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5일 일본 야마구치현 나가토시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러시아와 일본 정부는 민간 분야를 포함해 총액 3000억엔(약 2조9996억원) 규모의 경제협력 추진에 나설 전망이다.
러시아와 일본 정부는 의료·보건, 원자력 분야 등의 상호협력에 대한 13건의 양해각서(MOU)를 맺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의료 및 첨단기술 산업 육성을 돕는 차원에서 일본 기업이 러시아 제약회사 등에 출자하거나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등의 사업도 추진될 전망이다.
또 러시아 국부펀드인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의 키릴 드미트리에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RDIF와 일본 국제협력은행(JBIC)이 투자기금을 위해 각각 5억달러씩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부는 러시아와 이처럼 대규모 경제협력을 맺으면서 쿠릴 4개 섬(북방영토)의 영유권 분쟁 문제에서도 진전을 얻으려고 했으나, 여전히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쿠릴 4개 섬은 현재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쿠릴 열도 남단의 이투룹(에토로후)과 쿠나시르(구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섬을 일컫는다. 러시아는 이들 섬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에 따라 자국에 합법적으로 귀속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러·일 통호조약' 등을 근거로 이들 섬이 "일본 고유의 영토"에 해당한다며 지속적으로 그 '반환'을 요구해왔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