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언론 박근혜 대통령 향해 냉소적 시각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주요 외신도 커다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국민들의 시위 현장부터 최근 거취 결정을 국회에 맡긴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까지 혼란스러운 국정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국민들 앞에 고개 숙인 박근혜 대통령 <출처=AP> |
2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향후 거취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조기 퇴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폭스뉴스, 영국의 BBC 역시 같은 날 박 대통령이 퇴진할 뜻을 밝힌 데 무게를 두고 최근 전개된 상황을 전했다.
로이터는 지난 1987년 한국의 근대 민주주의 시스템이 갖춰진 이후 5년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한 대통령은 전무했고, 박 대통령이 임기를 15개월 앞두고 탄핵되거나 조기 퇴진할 경우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은 보다 적극적으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종용해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칼럼을 통해 박 대통령이 무엇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FT는 미혼의 박 대통령이 ‘나라와 결혼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청와대에 입성했다고 강조하고, 국민의 이해를 무엇보다 우선시 할 것이라는 약속을 이제 몸소 보여 줄 때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FT는 박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해 ‘무당’ 최순실 씨와 관련된 모든 사실들을 숨김 없이 자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가 스스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 국가가 수개월 혹은 수년간에 걸친 정치적 혼란과 국정 마비에 빠지는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일침이다.
CNBC도 박 대통령의 미지근한 행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가 권력을 포기하기로 했으나 대통령 직에서 물러날 용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 이 때문에 한국이 정치적 마비 상태에 빠졌다고 CNBC는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이 공식 퇴진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검찰 기소를 피하기 위한 법적 묘책이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 독일 방송사 도이체벨레는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바쁘다며 냉소적인 목소리로 그의 태도를 꼬집었다.
대규모 촛불 시위 현장을 담은 사진을 전면에 배치하며 박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은 유영하 변호사의 공식 발표문을 인용,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
도이체벨레는 반란이나 반역죄를 제외하고는 현직 대통령을 범죄 행위로 기소할 수 없지만 임기가 끝난 뒤에는 이와 관련한 수사와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