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만 3번 털린 삼성,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 불확실
8대 대기업 총수 검찰 조사 이어 국정조사 증인 채택
"대통령 엮기위해 기업 끌어들여" 하소연
[뉴스핌=김신정 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재계에 대한 무차별 조사에 나서면서 기업 경영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당장 삼성 등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정기인사와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총수들에 대한 계속적인 수사로 내년까지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게 뇌물죄를 묻기 위해 기업들을 공범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정기인사 및 조직개편은 최악의 경우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은 매년 12월 초 사장단 및 임원에 대한 인사를 실시하고, 그에 맞춰 조직개편을 실시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차질이 불가피 한 상황이다.
사업계획 수립도 늦어져 경쟁력 강화를 사업재편 및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늦어질 전망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로)정기인사 등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23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에 외압이 들어갔다는 혐의를 내세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실과 국민연금이 압수수색했다. 삼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달 들어서만 3번째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에도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대외협력단을 압수수색했으며, 15일에는 삼성 서초사옥 내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제일기획 스포츠단이 최 씨측 사업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에서다.
또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을 소환조사하는 등 삼성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삼성의 2인자인 최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고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대통령과 최순실 등 이번 사태의 책임자들을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해 삼성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에서 면세점 사업 관련 의혹과 관련해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차에 싣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SK그룹과 롯데도 삼성과 비슷한 처지다. 검찰은 전날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일고 있는 면세점 신규 추가 선정과 관련, SK그룹과 롯데그룹을 압수수색했다. 이틀 사이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3곳에 검찰이 들이닥친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독대를 했다는 정황으로 국내 7대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조사했다. 지난 12일부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지난 13일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불려갔다.
더욱이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국정조사에도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돼 기업들은 연말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는 상황이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다음달 5일부터 14일까지 수차례에 걸쳐 청문회를 실시할 계획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9명의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 때문에 삼성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인사도 늦춰질 수 있는 얘기가 재계 안팎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총수가 연루된 정치적 현안부터 해결한 뒤 기업내 살림을 꾸려나가자는 이유에서다.
특히 국정조사에 이어 특검 등도 앞두고 있는 터라, 인사폭을 축소시키는 등 급격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검찰수사도 중요하지만 다같이 경제살리기에 힘을 모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특히 이번 기회에 기업들에 대한 각종 준조세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법인세 인상 등 반기업적 정책들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최순실 의혹을 조사중인 검찰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대외협력담당 사무실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자료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35억원을 직접 송금한 것,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서로 알려졌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