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도 타격…인도·브라질·러시아는 고성장
[뉴스핌= 이홍규 김사헌 기자] 내년에 세계적으로 고립주의가 확산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동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 경제도 정치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투자은행들이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고 신흥시장을 따라 부정적인 충격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주의가 요망된다.
24일 국제금융센터(정규돈 원장)는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2017년 세계 경제 및 국제금융시장 동향 설명회'를 열어 이같이 예상했다.
국금센터는 내년 세계 경제가 과잉설비 조정 압력 속에 고립주의가 확산하면서 성장동력이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 세계경제 성장동력 약화
미국의 경우 확장적 재정정책의 한계, 가파른 정책 금리 인상 등이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해 성장률이 2%를 밑돌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로존은 하드 브렉시트 등으로 내년 성장률이 1.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도 재정지출 확대에도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신흥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로 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하지만 인도는 내년까지 7.6%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고, 브라질, 러시아는 각각 4.6%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6.5%로 올해(6.7%)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국금센터는 내년 국제금융시장에 대해 "상반기에 금융 불안요인이 집중되겠지만 풍부한 유동성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등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국제금융센터 설명회> |
◆ 트럼프 발 '그레이트 로테이션'? "판단 시기 상조"
이날 참석한 정부, 금융기관, 연구기관, 공기업, 민간기업 및 언론사 임직원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2017년 세계경제와 한국 경제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먼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동시에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금융시장이 급변한 것, 특히 채권에서 주식으로 빠른 로테이션이 이루어진 것이 추세가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국제금융센터의 분석가들은 "추세 판단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다.
김동완 금융시장실 실장은 "대선 직전까지 금융시장이 힐러리 당선을 유력하게 보면서 포지션을 가져갔다가 결과가 다르게 나오니까 급격한 포지션 중립화 움직임을 보였다"면서 "또한 방향성 거래로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반대포지션 베팅이 나오다 보니까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남기 주식팀장은 "초기 변화를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시기상조이며 급격한 움직임은 역시 포지션 리와인딩(position rewinding)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최근 신흥국 주식자금이 빠져나간 것에 대해서 김동완 실장은 "내년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내년에도 자금을 계속 빠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권식 신흥국 팀장은 "신흥시장이 외부충격에 내성을 갖췄는가 하는 것은 거꾸로 보면 과연 이들이 자체적인 성장동력이 있는가란 질문인데, 사실 신흥시장의 자체 성장동력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유가가 반등한 것이 큰 위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권식 팀장은 센터가 신흥시장의 리바운드 가능성을 보고 있지만, 이른바 '트럼프노믹스' 충격으로 인해 자본 유출이 일어나고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위험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밸류체인의 약화 가능성보다는 유가 회복에 따른 충격이 가장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국제금융센터 설명회> |
◆ 미국 연준, 급격한 긴축 없을 것.. OPEC 감산 효과 두고봐야
김동완 실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전망과 관련해 "12월 금리인상을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이고, 현재까지 2017년에 약 두 차례 더 금리인상을 실시한다는 것이 컨센서스였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약 3회 혹은 그 이상으로 금리인상 횟수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일부 투자은행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그는 "지나친 금리인상은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신흥국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부작용을 감안해 급격한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며, 시장과 소통을 좀더 강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달 말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회의와 관련해서는 이라크 동향이 관건이라는 진단을 센터는 제시했다.
오정석 원자재 팀장은 "이라크가 감산에 합의한다는 내용이 언론에 나오고 있지만 두고봐야 할 문제"라면서 "이번 합의에서 이라크가 면제되면 시장에 반영된 기대만큼의 감산 효과가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셈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모든 짐을 떠앉게 되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광석과 석탄 아연 등 기초 원자재가 최근 급등한 것에 대해서 오정석 원자재 팀장은 "중국 이슈에 민감한 것들이며 특히 철광석과 석탄은 중국의 감산 영향이 크고, 그 외에 비철금속 강세는 수요에 기반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위안화 약세를 예상하고 선취매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당선된 뒤 그의 인프라 투자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과잉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 고립주의 위험과 세게질서 변화 가능성
국제금융센터는 주요한 위험요인들 중에서 트럼드 당선으로 부상하는 고립주의 위험을 1번으로 제시했다. 다만 최근 '신 고립주의'는 실용주의 노선와 연결될 뿐 아니라 기존 질서와 다른 체인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위대 유럽팀장은 "트럼프식 고립주의가 유럽으로 도미노 양상을 보일 것인가 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 대목은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유럽 경제는 독일 경기가 둔화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효과가 약해지고 나아가 내년에는 'ECB 테이퍼링' 가능성까지 있어 불안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 은행 위기와 관련해 우희성 은행팀장은 "도이치뱅크의 경우 생존에는 이상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채권금리 상승 등으로 은행의 NIM 개선과 운용의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점에서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금센터는 장기가 지속되어온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변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부상 ▲미중 대립 ▲중동분쟁과 강대국 대립 ▲서부동맹의 와해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 트럼프노믹스 부작용 억제, 미중 타협 가능성은 '상방 위험'
내년 세계경제 전망이 주로 '하방 위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동완 실장은 "트럼프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경제성장률을 높이는데 성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대립이 극한으로 가지 않고 타협으로 마무리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또다른 '상방 위험'으로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정치가 어렵고 대내외 경제 여건도 좋지 않아 위기 상황이 올 수도 있지 않는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대해 김 실장은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이 우리 경제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고 신흥시장을 따라 한국도 부정적인 영향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은 "올해 우리 금융시장에는 포트폴리오 자금은 주식은 약 10조가 안 되게 들어왔고 채권 자금이 10조원 이상 나가긴 했어도 큰 특정 펀드에서 나간 것과 일부 펀드에서 주로 일어난 것이라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니라"라면서 "자금 유출입 면에서 큰 우려가 없고 최근 채권시장의 분위기도 정치적인 상황 보다는 트럼프 당선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며 위기 가능성은 열어 두되 그 가능성은 아직 낮아 보인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김사헌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