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피의자' 입건에 김현웅 법무장관 '사표'
검찰 일각에선 "체포영장 집행·강제 수사해야"
[뉴스핌=이보람 기자]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법무부와 검찰 등 관련 조직 내부갈등의 불씨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3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김 장관은 "지금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사표를 낸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사의 표명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는 등, 최근 일어난 사상 초유의 사태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법무부 소속인 검찰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피의자로 명명한 데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터.
최재경 민정수석 역시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 임명 24일 만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조직 수장인 김 장관의 사표에도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입장을 둘러싼 조직 내부의 잡음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인천지방검찰청 소속 이환우 검사는 내부 게시판에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한 편의 글을 올렸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법과 원칙에 따르는 게 검찰의 역할이고 이에 박 대통령을 체포, 강제 수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검사는 글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99%의 소명이 있고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수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게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며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체포해 조사하는 게 정치적으로 적절한 지에 대한 고심은 검찰의 몫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피의자가 검찰과 특검(특별검사) 중 어디에서 수사 받을지를 자기 입맛에 따라 선택할 권리는 없다"며 "장래의 특검을 예상하고 현재의 검찰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출석 불응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리인 '불소추특권'과 관련해서는 "지금 당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다고 해서 증거인멸 방지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사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리고도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 현재 검찰의 입장보다 더 강경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만큼, 검찰이 박 대통령 조사를 강제할 만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데 대한 내부의 '갑론을박'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또 여론에 검찰의 '무능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사례로 남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검찰의 강경한 입장이 "불소추특권을 이용한 비겁한 행동"이라는 대통령측 변호인의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된다.
한편, 검찰은 박 대통령에 오는 29일 안에 대면조사가 이뤄지도록 요청했다. 앞서 박 대통령 측은 지난 20일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 안종범 전 정책조정 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모자'로 적시한 중간 수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검찰 조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