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7시 3분씩 전등끄기 캠페인
온라인 서명운동-피켓사진 올리기 등 각종 하야운동 이어져
[뉴스핌=이성웅 기자]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조모(여·34)씨는 오후 7시가 되자 3분간 집의 불을 모두 껐다. 태어난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난 아이를 두고 광화문 촛불 집회에 참여할 수 없어 항의의 의미로 불을 끄고 멀리서나마 시위에 동참했다. 그는 컴컴한 집안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항의의_전등끄기'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했다.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을 규탄했던 이날, 시위는 광화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어졌다.
'항의의 전등끄기' 시위가 대표적이다. 항의의 전등끄기는 현 시국을 빗대어 '암흑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라는 의미에서 현장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이 오후 7시부터 3분간 집안의 모든 전등을 끄는 캠페인이다.
지난 12일 전등끄기 캠페인에 동참한 한 시민이 SNS에 사진을 게시했다.<사진=Cosmo_71_dos 인스타그램> |
과거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집회 참여가 어려웠던 회사원들은 창밖으로 두루마리 휴지를 던지며 시위대를 응원했다. 택시기사들은 차 안에서 경적을 울려 시위에 참여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민들의 시위 참여 방식은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했다.
당초 한 누리꾼이 제안했던 이번 전등끄기 캠페인은 국민의당 소속 김경진 국회의원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경진 의원은 집회 전날인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내일 광화문 못 나오는 사람들은 집에서 항의의 전등끄기 운동 동참 캠페인에 동참하자는 제의가 왔으니 널리 공유해달라'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각종 SNS, 블로그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시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날 트위터에 올라온 전등끄기 관련 게시물은 총 9500여건에 달한다.
이번 캠페인에는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참여했다. 배우 고소영·김유정·서신애, 가수 솔비 등은 SNS에 새까만 사진이나 촛불을 들고 있는 사진 등을 올리며 동참의지를 보였다.
전등끄기 캠페인은 당분간 매주 토요일 7시에 계속 될 전망이다.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박근혜 대통령 하야 서명운동 <사진=다음 캡처> |
온라인 상에서는 전등끄기 캠페인 외에도 다양한 박 대통령 하야 운동이 진행 중이다.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던 것은 서명운동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야권 정당, 종교단체 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해 제각각 박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을 펼쳤다.
또 옥외집회가 여의치 않았던 중국 교민들은 중국의 대표 SNS인 웨이신에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시위하기도 했다.
전등끄기 캠페인에 참여한 김신원(26)씨는 "피치 못한 사정으로 현장 집회는 참가가 어려웠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동참하려고 노력했다"며 "SNS를 보면 참신한 방식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