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메디톡스 턱밑까지 쫓아온 휴젤- 해외시장 공략 대웅제약
[뉴스핌=박예슬 기자] 일명 ‘보톡스’라고 불리는 미용·치료용 제제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를 놓고 업체간 논쟁이 치열하다. 업계 1위인 메디톡스는 대웅제약, 휴젤 등 경쟁사들의 균주 출처가 확실치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웅제약·휴젤은 당국의 안전성 인증을 받은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균주 논쟁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에서부터 시작됐다.
<사진=게티이미지> |
기 의원은 휴젤과 대웅제약이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를 ‘부패한 통조림’, ‘토양’ 등으로 신고했으나 정확한 출처가 아니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도 대웅제약과 휴젤에 각사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공개, 정확한 발생지를 밝힐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보툴리눔 톡신을 전공한 정 대표는 경쟁사들의 주장대로 자연 상태에서 균주를 발견하기는 ‘로또 당첨’ 수준으로 희귀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각 경쟁사에게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개토론회’를 열어 각사의 보톡스 균주 기원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휴젤과 대웅제약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웅제약은 1993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토양 등 자연 상태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이 5%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휴젤도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처분하는 음식물을 수거, 부패를 진행시킨 뒤 숙성된 고기로 혼합해 혐기배양 후 보툴리눔 톡신 타입으로 추정되는 세포를 분리하는 실험을 통해 추출한 균주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들 업체는 메디톡스의 이번 논란이 경쟁사의 빠른 성장에 따른 ‘견제’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 2분기 휴젤은 매출 309억3100만원, 영업이익은 163억58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253%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뤘다. 아직 메디톡스의 실적에는 못 미치지만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메디톡스는 같은 기간 매출이 315억1500만원, 영업이익은 188억30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9%, 15.3% 증가했다.
메디톡스는 대표 보톨리눔 톡신 제제인 ‘메디톡신’의 매출로 여전히 호실적을 거뒀지만 경쟁자들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휴젤이 올 3분기에도 국내외 매출 증가로 경쟁사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사들의 보툴리눔 톡신 신규 공장이 2017년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여 시장 내 보툴리눔 톡신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며 “2017년 상반기까지 내수 점유율 확대와 수출국 확대 효과로 경쟁사 대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보타’로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 진출한 대웅제약의 경우 앞의 두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국내 시장점유율은 낮다. 하지만 해외 시장 진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기존 타 품목으로 쌓아둔 영업망으로 경쟁사보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쉽다는 관측도 있다.
대웅제약은 남아메리카, 인도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현재까지 60여개국에 약 7000억원 수준의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메디톡스 역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전세계 60여개국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한편, 경쟁사에 보톨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밝힐 것을 요청한 메디톡스 측은 이번 논쟁이 단순히 시장 견제의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경쟁사들의 보톨리눔 톡신 균주의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자사의 제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균주 출처 공개를 요구한 것”이라며 “시장점유율 등과는 무관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박예슬 기자 (ruth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