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이후 유출액 1000억달러 달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 주식펀드가 멈출 줄 모르는 자금 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출 규모 역시 날로 커지는 양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에도 실물경기 회복이 요원해 보이는 데다 은행권 유동성 위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팔자’가 한층 거세진 것으로 판단된다.
유로존 <출처=블룸버그> |
30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이후 유럽 주식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95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8일 기준 한 주 사이 유출액은 19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유럽 주식펀드는 34주 연속 자금 썰물을 기록했다.
도이체방크의 미국 거액 벌금 파문이 일으킨 금융권 위기 공포가 은행주를 필두로 유럽 증시 전반에 걸쳐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ECB가 양적완화(QE) 확대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유로존 경제의 성장과 인플레이션 부양에 팔을 걷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공격적인 ‘팔자’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불거진 이탈리아 금융권 리스크와 최근 도이체방크 사태가 유럽 증시의 투자 매력을 한 차례 더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 금융위기의 뇌관이 터질 경우 ECB에 의존해 간신히 침체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 경제가 침몰할 것이라는 우려다.
도이체방크가 미국 법무부와 벌금액을 54억달러로 감액하는 내용으로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일정 부분 진정시켰지만 리스크가 완전히 진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EPFR의 캐머로 브랜트 리서치 이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도이체방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근 투자자들의 유럽 펀드 매도를 부추겼다”며 “이 밖에도 국제 유가 반등과 이탈리아의 개헌 국민투표까지 리스크가 꼬리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가브리엘라 산토스 JP모간 전략가는 “금융권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으로 인한 유럽 증시 하락이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