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9일까지 자금 조달 계획 요구에도 "니가 지원해라"
미국 항로 막히면 블랙프라이데이 앞두고 화주 피해 ↑
[뉴스핌=방글 기자] 법원이 요청한 신규 자금 지원을 금융당국이 거절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화주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원에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하지 못하면 항구를 이용할 수 없게 돼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탓이다.
바다 위에 떠있는 한진해운 텐진호. <사진=방글 기자> |
9일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수출화물 물류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현황은 총 219개 기업 220건으로 신고된 금액만 1억달러(1100억원)가 넘는다.
피해 신고 접수 금액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는 현재 비정상 운항 중인 한진해운 선박에 8000개 화주의 40만개 컨테이너, 140억달러(15조원) 규모의 화물이 적재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만 해도 미국 롱비치항구 앞에서 떠돌고 있는 2척의 선박에 3800만달러(414억원) 규모의 제품이 실려있다.
당장 타격이 심한 곳은 식품업체다. 유효기간이 짧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대로 폐기처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물량이 펑크난 업체는 생산부터 선적, 운송, 하역의 과정을 그대로 리플레이 해야한다. 일부 업체들은 앞선 계약보다 제품가격이 올라가게 됐다고 바이어에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의류나 전자 등 블랙프라이라는 대목을 앞둔 업체들의 피해가 심화될 전망이다.
한진해운을 이용해 미국으로 물품을 수출하던 업체들이 최소 한두달동안은 납기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납기를 맞추기 위해 16편의 전세기 이용을 고려하고 있다. 완제품 운송 뿐만 아니라 부품이 전달되지 못하면서 공장 가동 중단을 우려해야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469t의 화물을 항공으로 운송하는 데 적어도 880만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투입이 지연되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객사에 납품을 제때하지 못한 업체들이 보상을 요구하거나 소송을 걸 가능성이 높다.
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따르면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손실은 모두 손해배상 채권으로 분류돼 처리된다.
일각에서는 업체들의 운송료 부담이 커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제품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추가 지원을 거절했고, 한진해운 이사회도 지원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금융당국은 법원의 한진해운 신규 대출 지원 요구에 대해 “대주주 지원금을 기초로 최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측은 “자금 회수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진해운은 9일 이사회를 다시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 안건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사재 400억원을 포함한 1000억원의 자금 조달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해운업계의 불만은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다. 한 시가 급한 상황에서 시간을 지체해 물류대란을 해결하지도, 한진해운을 회생시키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법원이 9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내 채권자 보호자금 조달 계획을 요구한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못하겠다고 하면 파산보호신청을 해지해도 좋다는 말”이라며 “미국 항만을 이용하지 못하면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목을 앞둔 화주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진해운의 71개 컨테이너 노선 가운데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28% 수준이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