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도 모르면서 성수기 앞두고 법정관리" 비판
"조양호 책임? 물류대책도 없이 결정한 정부도 잘못"
[뉴스핌=방글 기자] 계속되는 정부와 채권단의 '조양호 탓하기'에 해운업계의 시선이 따갑다. 한진해운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돌아가자 정부가 내놓는 '조양호 책임론'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왼쪽)과 조양호 한진 회장. <사진=뉴시스> |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진해운 보유 선박(141척) 중 73척이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운항 중인 선박 128척 중 컨테이너선 66척, 벌크선 7척이 24개국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주말이면 한진해운 선박의 운행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에 화물을 맡긴 국내외 8300여개 업체는 비상이 걸렸다. 운임이 급상승하고 있는 와중에도 위약금을 피하기 위해 선박이든 항공이든 다른 운송 수단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줄소송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국제 난민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이 와중에 정부는 물류대란의 책임을 한진그룹에 돌리는 모습이다. 5일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해운업 관련 합동대책 TF 1차 회의가 끝난 뒤 금융위원회와 해양수산부는 앞다퉈 한진그룹을 겨냥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진해운발 물류혼란은 근본적으로 한진그룹에 문제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할 책임은 한진해운에 있고, 한진해운은 여전히 그룹의 계열사라는 설명이다.
이어 “그룹과 대주주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적극 나선다면, 채권단도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 역시 “한진그룹과 대주주가 관련된 문제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기 전, 시나리오를 미리 공개하며 협조를 구하기가 부담스러웠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진해운과 대주주가 우량자산을 담보로 해야 정부가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은 한진해운이 회생절차 개시 및 관리인 선임에 따라 대표이사가 조양호․석태수 각자 대표 체제에서 석태수 단독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한 날이기도 하다.
이어 정부는 6일 한진해운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히면서도 ‘한진그룹이 담보를 제공한다면’ 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사진=한진해운> |
상황이 이쯤되자,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진에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물류대책 등의 방안을 미리 세워두지 않고 법정관리를 결정한 정부도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글로벌네트워크물류사업인 해운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탁상행정만 고집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구책 없이는 추가 지원도 없다고 물러서 있을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물류난을 해결할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주들의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9월부터 11월이 아시아~북미 노선의 최대 성수기인 상황에서 뱃길이 끊기도록 내팽개쳤다는 시각이다.
9월과 10월엔 추석 등 아시아 명절이 11월과 12월엔 미국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성탄절 등 물동량이 늘어나는 시기다.
대기업 관계자는 "9~11월은 운송 시장 뿐 아니라 삼성이나 LG와 같은 화주들에게도 성수기인 만큼 3개월 이상 이어지는 대목을 놓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치권 내에서도 정부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해운 위기가 방아쇠가 되면서 나라경제가 비상으로 들어가고 있는데도 경제를 책임지는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세계 7위, 국내 1위 한진해운의 선박이 세계 곳곳에서 입항 거부를 당하는 동안 어떠한 선제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이 논의된 열 달 동안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방글 기자 (bsmil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