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과 합병 시나리오 고려한 적 없다"
[뉴스핌=송주오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진그룹 측의 한진해운 지원 의지가 미흡했다"며 채권단의 신규 지원 거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조양호 회장이 끝까지 전략을 다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조양호 회장과) 상당 부분에서 생각의 차이, 상황을 인식하는 시각의 차이가 있었다"며 "서로의 환경·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상거래 연체 규모가 6500억원으로 지원하면 해외채권자에게 대부분 제공돼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합병 시나리오를 고려한 적이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한 합병설을 일축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자율협약은 9월 4일까지다. 한진 측에서 추가 자구안을 제출하면 다시 협상할 여지 있나?
-최근 3~4일 동안 약 3차례에 걸쳐 한진 측과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 기간 중 특별한 진전이 없었다. 채권단에서 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고 9월 4일 자율협약이 종료된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시 최대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주협회에서 '약 3000억원의 부족자금을 도와주지 못해 17조원의 손실을 감수하느냐'하는 주장을 언론을 통해 알고 있다. 선주협회는 이익단체로써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 다만 3000억원의 부족 자금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우리는 5000~8000억원의 부족자금을 말하는 것이다. 선주협회에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최대 17조원의 손실을 주장하고 있지만 채권단에서는 그렇게까지 안 될 것이라고 본다. 손실 및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
▲신규 자금 지원 불가 이유로 해외 상거래 연체를 꼽았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자산이 동결돼 해외채권자들의 재산도 묶인다. 과거 STX팬오션처럼 법정관리 상태서 추가 지원에 나설 수 있나?
-팬오션과 한진해운은 사업 구조가 다르다. 팬오션은 벌크선 위주의 장기 운영 계약을 맺었다. 때문에 해외 상거채 채권까지 전부 동결시킨 다음에 지원에 나섰다. 반면 한진해운은 원양해운사이기 때문에 추후 얼라이언스 퇴출, 항로의 운항비, 용선료 미지급에 따른 반선(빌린 선박 반납) 등 기본적으로 사업 유지가 힘든 구조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팬오션과 똑같은 구조로 접근하는 것은 어렵다.
▲한진해운 자금 지원 명분으로 일부 사업부문을 한진에 양도했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자산을 빼돌렸냐는 의혹에 대해 채권단에서는 한진그룹 측을 믿고 싶다. 절대적인 노력을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조양호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안다. 조 회장은 뭐라고 했는가?
-조 회장을 최근 만났다. 전반적인 해운업 불황과 유가 하락 등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조 회장이 기로에 섰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다만 상당 부분에서 생각의 차이, 상황을 인식하는 시각의 차이가 있었다. 서로의 환경·입장차를 줄이지 못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조 회장이 끝까지 전략을 다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에 있어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경제선순환을 위해 이런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상거채 채권 때문에 마지막까지 어려웠다. 지난 5월 3200억원 수준에서 6500억원으로 순식간에 늘어났다. 국민혈세를 다루는 산업은행 입장에서 개별 기업의 외상 채권을 갚아 주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파산 가능성 높은 거 아닌가?
-파산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채권에 대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선박금융과 용선료 채권자들이 어떤 식으로 동참하느냐에 따라 정상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대상선과의 합병 가능성은 어떻게 되는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다. 한진해운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합병 시나리오는 생각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