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개선 의지 분명...부작용도 유의해야
[뉴스핌=백진규 기자] 단기금융시장에서 기관간 기일물 RP거래를 늘리는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의 의지가 확고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기일물 거래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오후 금융투자협회 3층 불스홀에서 ‘단기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향’ 세미나가 열렸다. 당국의 콜차입 규제로 인해 급성장한 기관간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개선이 주요 의제였다. 당일 팔고 익일 되사는 익일물에 거래의 80% 이상이 집중되면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 수수료·인센티브 ‘당근’에 스트레스테스트 ‘채찍’도
기일물 RP거래 수수료를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먼저 제기됐다. 이규복 한국금융원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에서 “단순히 거래기간을 곱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현행 체계를 거래체결 수수료와 관리 수수료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1일물을 1주일동안 매일 거래하던 7일물을 한 번 거래하던 금액과 기간이 같으면 자금중개사에 부담하는 수수료도 같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1억원어치 RP거래에 매일 80원의 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거래체결 수수료를 받게 되면 매일 거래를 갱신하는 익일물보다 기일물 거래가 유리해진다.
이 연구위원은 또한 “기일물 활성화를 위해 채권시장의 시장조성자 역할을 담당하는 프라이머리딜러(PD)나 한은 공개시장조작대상(OMO) 선정 기준에 기일물 RP거래실적을 추가하거나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1일물 금리가 1.25%, 7일물이 1.26% 정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기일물 수수료를 우대한다면 유인책이 될 수 있다”며 “PD, OMO선정에 대한 가산점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증권사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과도한 익일물 차입 리스크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이날 세미나에서도 관련 의견이 제시됐다.
차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증권사의 1일 유동성을 중심으로 스트레스테스트를 강화하고, 비상자금조달계획을 마련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이다.
박진영 NH아문디 MMF팀장은 이에 대해 “RP거래의 주요 축인 증권사들을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기일물 RP거래 규모를 늘리겠다는 당국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 기일물 시장 개선 좋지만 부작용도 우려해야
박진영 예탁결제원 RP팀장은 “올해 하반기까지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하고, 2017년 상반기에는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17일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 하반기부터는 기일물 RP거래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시장 참가자가 얼마나 따라올 수 있느냐다. 최근 몇 년간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익일물 거래가 자연스럽게 늘어났는데, 일부러 기일물을 다시 늘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자금중개사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나 신탁사는 매일 펀드배분을 통해 기준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사이즈 큰 MMF펀드가 아니면 기일물 RP를 담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대규모 환매가 발생할 수 있는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 펀드의 경우 현금성 자산인 익일물이 관리가 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제로 기일물을 늘리라고 하면 보여주기식으로 기일물 RP를 편입하고 익일물은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미래에셋대우 머니마켓팀 부장은 “기일물 RP시장을 육성해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정책엔 찬성한다”며 “하지만 익일물 RP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전단채 시장의 90일 이내 신고서 면제 기한을 더 늘리는 등 다른 선택권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