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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에서 도라지회 할머니들을 만난다. <사진=KBS> |
[뉴스핌=정상호 기자] ‘KBS 스페셜’에서 일본 사쿠라모토를 찾는다.
15일 방송하는 KBS 1TV ‘KBS 스페셜’은 ‘빼앗긴 날들의 기억-가와사키 도라지회’ 편으로 재일한국인 1세로서 굴곡진 삶을 살아온 도라지회 할머니들의 질기고 강인한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가와사키 한인타운 안에는 조선인 징용마을인 사쿠라모토라는 마을이 있다. 사쿠라모토는 일본 내 대표적인 재일한인촌 가운데 하나다. 그곳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세이큐사에는 매주 화요일마다 재일한국인 할머니들이 모인다.
일명 ‘도라지회’로 불리는 이 모임에서 할머니들은 장구춤과 부채춤, 글 등을 배우면서 친목을 다진다. 대부분 일제 강점기 시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본으로 건너오게 된 재일한국인 할머니들. 낯선 곳에서 조선인이라는 차별과 가난을 이겨내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이들이다.
찢어지게 가난한 더부살이를 하다 일본의 친척집을 찾아온 박봉례(가명). 오빠 손에 이끌려 돈벌러 일본으로 건너온 열 두살 여자아이 김남출(가명). 어린 조선의 여자아이들은 지난 70여년을 일본에서 살며 여든의 할머니가 됐다.
1947년 일본정부의 ‘외국인등록령’ 공포로 외국국적으로 일본에 살아야 했던 재일 조선인 59만 명. 그들 가운데 1세대 대부분은 사망했다. 실제 식민지 전쟁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참혹했던 시절, 처참할 정도로 가난한 식민지 조선의 여자 아이가 일본 땅에서 살아야 했던 삶은 어땠을까.
올해로 92살이 된 조정순 할머니는 대부분 돌아가시고 몇 분 남지 않은 재일조선인 1세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탄광에서 일을 해야 할 만큼 일본생활은 고됐다. 도라지회에서 매주 화요일 음식담당인 김방자 할머니(85살) 역시 12~13살 어린나이에 어머니와 함께 탄광 일을 했다.
사쿠라모토에서 제일 유명한 야키니쿠 가게의 원조인 김도례 할머니는 1932년, 5살에 일본으로 건너왔다. 생계를 위해 암시장 쌀 판매, 탁주와 소주 제조 및 판매, 파칭코 가게, 스시 가게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이제 대부분 재일 할머니들 연세는 여든을 넘었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자식들 중에는 미래를 위해 귀화를 한 경우도 적지 않다. 말릴 수는 없었지만 당신들은 국적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 이상 한국인임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한일 양국 그 사이, 과거와 현재 어딘가에 재일 할머니들이 살고 있었다.
일본사회의 차별과 편견에도, 조국의 무관심에도, 어떤 삶의 어려움에도 녹슬지 않고 맞설 것이라고 말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15일 저녁 7시35분에 방송하는 ‘KBS 스페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newmedi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