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지유 기자]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은행권이 나란히 '사잇돌 중금리 대출'을 출시했다. 신용평가사(CB) 기준 4~7등급의 중신용자들이 주요 타겟으로 최저 연 6%에서 최고 10%까지 금리가 비교적 낮다. 금융당국은 이 대출상품이 금융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며 이름도 '사잇돌 대출'이라고 지었다.
다른 한편에도 중금리대출이 있다. 바로 P2P대출이다. 업체 평균 8~9%의 금리로 대출을 취급한다. 현재 약 60개의 업체가 국내에서 영업 중이다.
취지는 비슷하지만 행보는 다르다.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리스크관리'다. 사잇돌 대출은 부실을 막기 위해 SGI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도록 했다. 은행이 서울보증보험에 일정 보험료를 내면 대출 원금을 보장받게 된다.
반면 P2P대출의 리스크관리는 방치돼 있다. 개인 투자금을 모아 대출을 해 주는 시스템인 만큼 리스크관리는 투자자보호 문제와 직결된다. 그러나 P2P대출업체 스스로의 역량·양심으로만 리스크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P2P대출시장 규모가 큰 미국·중국의 경우 이미 부실대출이나 대규모 금융사기 문제로 홍역을 겪었다. P2P대출시장이 형성된지 1년 남짓한 한국이기 때문에 아직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2개 P2P금융업체들이 모여서 협회를 만들었다. 협회는 업계를 대변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목소리를 내고, 자정노력을 통해 투자자보호와 리스크관리에 힘쓰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법적 공백을 대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역시 업계에 모든 것을 떠맡기는 것 뿐이다.
전문가들은 P2P대출업계에 적절한 법 제도를 도입해 규제·감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한국은행도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P2P대출업체에 대한 구체적 등록·인가요건을 규정하고, 투자자보호와 신뢰성 확보를 위한 규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수수방관이다. 아직까지 국내 P2P대출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국내 P2P업체(협회 22개 회원사 기준) 총 누적대출액은 1500억원에 이르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정례간담회에서 "한국 P2P대출시장은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제도화하게 되면 자격요건 등 많은 규제를 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시장이 규제를 할 정도로 성장하지 않았다"고 말해 P2P대출업에 대한 규제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은행에서 중금리대출을 취급한다고 해도 결국 한계는 있다. 누군가는 대출절벽에 내몰리기 마련이다. 이런 이들에게 P2P대출은 또 다른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새로 도입하는 사잇돌 대출은 설계단계부터 부실위험을 고려해 탄탄한 방어막을 설치해 놓고, 커져가고 있는 P2P대출의 부실위험에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모순적 태도다. 더 늑장을 부리다가는 우려했던 사건사고가 터지고, 대다수 선의의 P2P업계 관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금융당국이 대표적 금융정책으로 내놓은 핀테크 활성화와 중금리 대출 활성화의 연장선상에 P2P대출이 있다. 시장 규모가 작고, 기존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논리로는 새로운 산업을 키우기 어렵다. 시장이 더 커지고 일이 터지기 전에 알맞은 법 규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은행의 돈만큼이나 P2P업체에 투자하는 개인의 돈도 소중하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