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최악 지나지 않았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무역가중치를 반영한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뛰었지만 미국 소비자들의 수입 상품 소비가 제자리 걸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수출 후퇴에도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지속했지만 한꺼번에 역풍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다.
강달러가 시차를 두고 수입 증가로 이어지면서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 성장률을 강타할 것이라는 얘기다.
수출입 항만 <출처=AP/뉴시스> |
7일(현지시각) 미국 초당적 외교 정책 연구기관인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올해 무역가중치를 반영한 달러화 가치는 지난해 초에 비해 최대 15% 뛰었다.
문제는 이 때문에 수출이 상당폭 줄어들었고, 미국 수출 기업의 매출액이 감소했지만 수입은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올해 1~4월 사이 휘발유를 제외한 실질 상품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줄어들었다. 달러화가 상승할 때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실질 상품 수입이 전년 동기에 비해 0.5%포인트 가량 동반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수입 가격 하락을 반영한 헤드라인 수치는 3%에 달했다.
CFR에 따르면 지난 15개월 사이 상품 수입은 보합권에서 제자리 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 강세에도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되지 않았고, 미국 경제는 완만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미국의 상품 수입이 늘어나지 않았지만 신흥국 경제 역시 탄탄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머징마켓의 국내 수요가 회복된 데다 유럽 수출이 예상 밖의 호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것은 미국의 수입이 언제까지 달러 상승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국내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입 역시 시차를 두고 달러화 상승 폭에 해당하는 증가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4분기에 걸쳐 미국 국내 수요는 GDP의 2.5%포인트로 상승한 데 반해 수입으로 인한 GDP 감소 폭은 5~10bp에 그쳤다.
역사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수입을 끌어올릴 때 이는 전체 수요 증가의 성장률 기여분 가운데 20% 가량을 차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CFR은 강달러에 따른 수입 증가가 시차를 두고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GDP 성장률을 강타할 것이라는 경고다.
미국 경제가 아직 최악의 상황을 지나지 않았고, 이르면 앞으로 1~2분기 이내에 충격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CFR은 주장했다.
달러 인덱스는 이달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가 꺾인 데 따라 93 선까지 밀렸다. 하지만 정책자들이 올 여름 긴축 가능성을 거듭 밝힌 데다 투자은행(IB) 업계가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어 달러화의 반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