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낮춰도 금리정책으로는 역부족"
[뉴스핌=허정인 기자] 채권시장 전문가의 절반 가량인 45%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선진국의 통화완화 정책이 한계에 달한 것을 보여줬고, 그간의 금통위 의사록에서 드러났듯 금통위원들은 경기 부진의 원인으로 '구조'라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이 '단순' 유동성 공급이 아닌 '효율적' 유동성 공급으로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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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은 오는 19일 열리는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시장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명 중 15명(75%)이 이달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로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5명만이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또 설문응답자 중 40%인 9명은 기준금리가 올해 내내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머지 11명이 연내 한번 정도의 금리인하를 예상했다. 인하 시기를 6명(30%)은 2분기 중으로, 5명(25%)은 이달을 지목했다.
금리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한은의 스탠스를 이유로 꼽았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3개월 간의 의사록을 종합해볼 때 '금리인하의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예상되는 부정적 효과는 크다'는 금통위의 신중론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면서 "세계경제의 회복이 더딜 경우 불확실성은 높아질 것이고, 반대로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우리 경제 여건 또한 회복 돼 어느 경우에도 금리인하를 제한하는 논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3개월 간 꾸준히 매파 입장을 강조했다. 1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고 해서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2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통화정책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3월 역시 "현 기준금리 수준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금리인하보다 구조적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엔화 급등세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한계가 표면화된 상태에서 선진국 통화정책 역시 효율성 증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며 "한국은행 역시 궁극적으로는 금융시장의 위험선호를 간접 유도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한은도 오는 19일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2%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국내 경제연구소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췄다. 금융연구원은 직전 전망치 3.0%에서 2.6%로, LG경제연구원은 직전 2.5%에서 2.4%로 조정했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3.2%로 전망했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지난 12일 2.7%로 낮춰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성장률 하향 조정에 대해 의견을 같이 했지만 금리정책 방향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 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정경제전망을 하향하면서 기준금리도 인하할 것으로 본다"면서 "선거 결과로 보면 앞으로 한국판 양적완화는 물론 추경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통화정책에 힘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장률은 낮추겠지만 금리정책은 기존의 동결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직전 금통위에서도 이미 국내 경기 부진이 언급됐으나 금리는 동결됐고, 금통위원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가 안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는 지난 3월 금통위에서도 인지하고 있던 것"이라며 "수정경제전망은 2% 중후반으로 낮춰지겠지만 1분기 지표 부진을 반영한 정도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하향 조정과 상관 없이 기준금리는 기존 스탠스로 갈 것이란 얘기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경기전망을 하향조정하더라도 2%대 성장률과 1% 초반대 물가상승률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은 적어 보인다"면서 "1분기보다 경기 하방 위험이 감소하고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된 점을 봤을 때 현재까지는 연내 동결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달 설문에 미래에셋대우(윤여삼) 삼성선물(김진평) 삼성증권(이슬비) 신영증권(조용구) 신한금융투자(박형민) 유진투자선물(김문일) 유진투자증권(신동수) 코리아에셋투자증권(공동락) 하나금융연구소(장보형) 하이투자증권(서향미) 현대선물(정성윤) HMC투자증권(김지만) KB투자증권(김상훈) KR선물(김은혜) LG경제연구소(이창선) NH선물(박성우) NH투자증권(박종연) 등이 참여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