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광수 기자] "로보(Robo)라는 이름을 붙여봤습니다"
한 증권사 상품담당자는 자사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를 소개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사실 애초에 로보어드바이저를 염두에 둔 것도 아니라고 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를 개선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던 중 로보어드바이저가 유행처럼 번지자 한 번 붙여봤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들으면 놀랄 일이다.
해당 상품은 글로벌뿐만 아니라 국내 업계 평균에도 못미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당연한 결과다. 말 그대로 이름만 붙였을 뿐이니까. 문제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다행히 금융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 검증 계획을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별 알고리즘과 수익률 등을 공개적으로 검증키로 했다.
현재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운용 과정에 자문 인력이 필수로 있어야 하는 백오피스(back office)수준에 머물러 있다. 검증에 통과한 업체는 미국의 베터멘트나 웰스프론트처럼 사람의 손이 필요 없는 프론트오피스(front office)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업계는 반기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 아쉬움도 내뱉었다. 좀 더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사' 로보어드바이저가 쏟아지는 지금, 로보어드바이저의 이름을 쓸 수 있는 기준도 없다.
핀테크 업체 한 관계자는 "종목 매매 타이밍을 추천하는 식의 기존 방식이거나 상장지수펀드(ETF), 그것도 몇 종목에 한에서만 매매하는 상품을 두고 로보어드바이저라고 이름 붙이는 자체가 민망하다"며 "이름을 붙일 때도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초기인 만큼 일단 투자자들은 증권사 브랜드를 믿고 투자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하지만 자칫 일부 증권사의 유사 상품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투자자가 나올 경우 로보어드바이저 산업 자체가 시작도 하기 전에 불신에 휩싸일 수 있다.
이름만 바꿔 단 로보어드바이저는 진짜가 아니다. 자동화 된 부분이 있다고 다 '로봇'을 붙이는 식이라면 증권가에 로보어드바이저가 아닌게 사실 없다. 제도 도입 초기인 지금 제도 및 기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