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이 중앙은행 통화정책 효과 눌러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최근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외환시장이 펀더멘털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며 전문가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윌리엄 페섹 배런스 아시아 편집장은 5일자 칼럼을 통해 최근 아시아 통화 강세는 경제 및 무역 부진과 중앙은행의 추가완화 기조와는 엇갈리는 결과로 시장 흐름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달러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그는 한국 원화의 경우 3월 한 달 8%가 뛰었는데 성장 둔화, 디스인플레이션 가속, 북한 리스크 상존이라는 약세 여건을 전혀 무시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또 나집 라자크 총리의 부패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링깃 가치가 지난달 7.8% 오르며 1998년 위기 후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한 점이나, 마이너스 금리라는 파격 조치에도 110엔대 수준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엔화도 외환시장의 '넌센스'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외환시장의 비논리적인 흐름은 세 개의 통념이 뒤집히면서 초래된 것이란 분석이다.
먼저 올해 긴축이 당연시되던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도비쉬(완화)로 돌아선 점, 그리고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시장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마지막은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상품시장 약세가 멈췄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향을 위로 바꿨다는 점이다.
하지만 페섹은 이르면 이달 일본은행(BOJ)의 추가완화 조치가 나오고 인민은행도 일본과 같은 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지지부진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상황을 고려하면 자국통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통화전쟁 열풍은 아시아를 휩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역시 외환시장 이상기류를 지적했다.
FT는 올 1분기 과도한 시장 변동성은 글로벌 통화 전쟁이 새롭고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변동성이 통화 가치를 끌어 내리려는 중앙은행들의 정책 효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체는 외환시장 다이나믹 변화가 무엇보다 일본과 유로존의 사정을 어렵게 할 것이며, 미국 경제가 연준의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해 외환시장이 재조정되길 바라지만 당분간은 (통화)정책 마비(policy paralysis)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