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의준 정경부장] 지난해 10월 이동통신 3사가 신청한 ‘동의의결제’에 따른 피해보상 방안이 발표되면서 이 제도의 본래 취지인 ‘빠른 피해 구제’라는 긍정적 시각과 기업들의 ‘제재피난처’가 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데이터나 문자 무제한이라는 과장광고로 소비자를 속인 것에 대한 보상안으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 끝에 데이터 쿠폰 지급, 초과사용 요금 환급, 부가·영상통화 추가 제공 등 268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지난 17일 내놨다.
동의의결제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사업자가 스스로 재발 방지 대책을 제안하고 피해 보상을 하겠다고 시정 방안을 제안하면 공정위가 의견 수렴을 거쳐 법적 제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법적·행정적 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 소비자 피해를 빠르게 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이번 피해보상도 빠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겉으로 보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소비자에게 끼친 손해에 대해 스스로 신속하게 배상을 하는 것처럼 보여 제도 도입 취지를 잘 살린 모양새다.
하지만 공정위가 위법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이후 이통사들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과연 제도가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할 것인지 의문도 생긴다.
소비자단체도 “이통사들의 부당한 광고 시정과 소비자 피해구제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고, 면죄부를 주거나 과징금 면제의 대가로 활용되면 안 된다”며 “공정위가 동의의결을 수용하지 말고 소비자 피해규모를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 위법성을 찾아내 소송으로 연결돼도 장기간 법정싸움을 해야 하고, 사법부 판단이 공정위와 일치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동의의결을 통한 배상이 낫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공정위도 개별 피해액이 적어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해 보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해 이통사들의 동의의결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었다.
공정위는 이번 이통사의 보상방안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통사들의 보상방안에선 데이터 1~2GB, 부가·영상통화 30~60분을 추가 제공하기로 했는데, 애초 데이터 500MB라는 보상만 주장하다 공정위가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해 결국 이통사들이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동의의결제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면 형량을 낮춰주는 플리바게닝과도 닮아있다. ‘죗값’만을 생각하면 대가를 최대한 적게 치르려는 얄팍한 속셈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제재는 어느 정도 덜어주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직접적이고 신속한 보상이 이뤄진다는 것도 긍정적 측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의결이 기업들의 ‘제재피난처’가 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이통사들의 보상방안도 데이터나 문자를 3개월 내 사용해야 하는 제한이 있고 이통사들로선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아 손해 볼 것 없는 수준의 보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동의의결제가 지나치게 가벼운 보상안을 인정해 무거운 제재를 피해 가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면 소비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기업만을 위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뉴스핌 Newspim] 송의준 정경부장 (mymind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