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4개국이 1월 수준에서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했지만, 회동 결과 발표 전 오르던 유가는 다시 내림세로 방향을 틀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로 공급되고 있는 원유 시장에서 산유량 동결이 결코 과잉공급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바레인 유전의 모습<사진=AP/뉴시스> |
16일 오후 1시 39분 현재(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32% 하락한 29.05달러에 거래 중이다.
사우디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의 회동 소식에 감산 합의 기대가 다시 부각되며 2% 넘게 오르던 4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3% 넘게 하락한 32.33달러를 기록 중이다.
사우디와 러시아 등 4개국 석유장관은 카타르 도하에 모여 회담을 가지고 산유량 동결에 합의했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은 "1월 수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하는 것은 시장에 적절한 조치"라면서 "우리는 가격이 급반전하는 것을 원치 않고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안정적인 유가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애초 감산을 기대하던 시장에선 이번 4개국의 합의가 결코 원유시장에서 넘쳐나는 공급량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생산자들이 감산을 이야기하기 전까지 과잉공급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문사 튀케 캐피털 자문의 타리크 자히르는 "산유국들이 사상 최대량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데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원유 강세를 이끌기엔 아주 부족하다"며 "여전히 생산량은 과잉공급"이라고 분석했다.
에미리츠 NDB의 에드워드 벨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것은 과잉공급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 등 주요 산유국들의 추가 동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샤나통신에 따르면 OPEC에서 5번째로 산유량이 많은 이란의 경우 올해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 수출량 증가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점유율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7일 이란의 비잔 남다르 잔가네 석유장관은 테헤란에서 이라크와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을 만나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코메르츠방크는 보고서에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의 경우 제재를 받던 시절의 낮은 수준으로 산유량을 유지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란 정부는 그동안 잃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 정책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OPEC의 2위 산유국인 이라크가 다른 산유국들이 합의를 약속한다면 산유량을 동결하거나 줄일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의 산유량은 지난 1월 하루 437만 배럴로 지난 2010년 초 240만 배럴보다 크게 증가했다. 통신에 따르면 쿠웨이트 역시 주요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산유량 동결에 동의한다면 이 같은 전략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