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3사 중 입찰가 가장 낮고 차이 큰 듯.."뒤집힐 가능성 낮아"
[뉴스핌=노희준 기자] "패닉상태다. 유구무언이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
KB금융그룹 <사진=뉴스핌 DB> |
KB금융지주가 KDB대우증권 인수전 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아직 우선협상자 대상자가 선정되지 않았지만,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통근 승부수'에 사실상 기대를 접는 상황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패키지매각 본입찰에서 미래에셋증권이 2조4000억원을 써내 다른 경쟁자를 수천억원 수준으로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전해진 KB금융은 외환은행과 ING생명,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 실패에 이은 또 다른 ‘M&A(인수합병) 잔혹사’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결과는 확정되기 전까지 알 수 없다"면서도 "현재로써는 입찰가 차이가 제법 나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KB금융 역시 사실상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역시 오너기업은 다르다. M&A는 합리적인 추정이나 예상에 플러스알파가 필요한데, 오너가 자신이 있다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이 제시한 2조4000억원대 입찰가는 대우증권 산은 지분 시가총액(21일 종가 기준, 1조5500억원) 대비 5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것이다. 산은이 제시한 패키지 장부가(1조8400억원) 대비로도 30% 높은 가격이다.
금융권은 반대로 자금동원 능력이 가장 큰 KB금융이 가장 낮은 입찰가를 쓴 데 대해 '사외이사의 벽'을 떠올리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증권+보험+저축은행) 때처럼 강경 사외이사 설득에 실패한 경영진이 높은 베팅을 할 수 없었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는 설명이다.
KB금융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충분히 지원을 해줬다"며 "사외이사가 제시한 레인지(입찰 가능 가격대) 안에서 낼 수 있는 시너지 방안을 고려해 적정가를 계산했다"고 말했다. KB금융 한 사외이사도 "비은행 강화 차원에서 대우증권 인수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경영진이 운신의 폭을 가질 수 있게 레인지를 충분히 줬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의 입찰가가 적정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업계 애널리스트는 "프리미엄을 얼마를 줄 것이냐는 입찰자의 몫"이라면서도 "(미래에셋증권이) 시총에 9000억원을 더 준다는 논리를 잘 모르겠다. 2조원 내외를 적정가로 볼 때 미래에셋증권이 많이 썼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대우증권 인수 패색이 짙어지자 실망감도 표출되고 있다. 내부 사정에 밝은 국민은행 관계자는 "회장이 TFT를 구성해 인수에 사활을 걸었지만, 막상 인수가는 평이하게 써냈다"며 "1위와의 격차를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