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방자치 20주년, 광역단체장에게 듣다(충북지사편④)
[뉴스핌=이영태 기자] 이시종 충북지사는 요즘 내년 청주에서 열리는 제1회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마스터십)’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2016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 심볼과 마스코트.<이미지제공=충북도청> |
2003년부터 사단법인 한국무술총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 지사는 충주시장 재직 중 충주세계무술축제를 치러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UNESCO)가 공식 후원하는 무술축제다. 이 지사 본인이 무술을 하는 유단자인지 궁금했다.
“무술에 대한 조예는 전혀 없다. 무술과의 인연은 충주세계무술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전통무술인 택견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충청북도 청주를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시작한 근대올림픽과 같은 세계무술올림픽의 발상지이자 성지로 만들겠다는 이 지사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등록된 전통택견의 고장이 충주다. 그걸 육성시킬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무술이 아니라 무예나 무도, 즉 격투 이런 개념이 아니라 ‘전통문화’로 봤다. 택견 하다보니까 택견 말고도 우리나라에 전통무술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전통무술축제를 열게 됐다. 국내 무술단체 책임을 맡아서 국내무술 축제를 열다가 세계 각지에 전통무술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나서 세계무술축제를 열게 됐다. 세계무술연맹을 만들게 됐다. 이 연맹이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NGO(비정부기구) 단체가 됐다.”
이 지사는 충주시장 3선을 마친 후 17대와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충북지사로 돌아왔다.
그는 “국회 가서는 전통무술진흥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국내 무술단체의 근거 이런 걸 만들고 세계무술 이런 걸 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었다. 도지사로 와서 세계무술축제 말고 무술올림픽을 해야 되겠다고 해서 내년에 청주에서 무술올림픽이 열린다. 이름은 올림픽이라는 말을 못쓰니까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라고 했다. 실제 내용은 세계무술올림픽”이라고 소개했다.
청주에서 무술올림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충주에선 무술축제를 하고 청주에선 올림픽을 하는 것이다. 전통문화의 하나인 무술이 일반스포츠에 비해 많이 소외받고 있다.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우리나라 전통무술에 대해서는 제가 법 하나 만들고 할 정도로 서양스포츠인 일반체육에 비해서는 요원할 정도로 아직 멀었다. 우리만이 아니고 세계가 마찬가지다. 올림픽 종목에 끼지 못하니까, 안 끼워주니까 세계 무술들이 많이 있는데 설움을 받고 소외된 게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무예마스터십은 제1회 세계무술올림픽으로 보면 된다. 세계올림픽이 아테네에서 1회가 열려 발전하고 커졌듯이 세계무술올림픽도 첫 번째가 청주에서 개최되면 여기가 아테네처럼 진원지가 되고, 더 발전해 한 50년에서 100년 지나면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서로 개최하려고 경합을 벌이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아직 몇 년 주기로 개최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세계 모든 무술이 존재하는 게 실체가 있는데 이것이 규합이 안 되고 질서가 안 잡혀 있어 이를 체계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굵직한 결실을 만들어내는 이 지사의 업무스타일이 한 눈에 들어왔다.
◆ “괴산 ‘산막이옛길’과 ‘청남대’ 들러 ‘밥맛 좋은 집’ 가세요”이시종 충북지사 집무실에 놓인 캐리커처.<사진=이형석 사진기자>
멀리서 친한 친구가 찾아왔을 때 소개하고 싶은, 잘 알려지지 않은 충청북도의 명소와 맛집을 알려달라고 하자 “특별한 곳은 없고 보리밥집이나 칼국수집을 자주 간다”며 “소화도 잘 되고 편하니까 간다”고 대답한다.
이 지사는 “참 충북에선 맛집으로 ‘밥맛 좋은 집’을 육성하고 있다. 한 100개 될 거다. 충북에 오면 음식점에 갔을 때 반찬에선 가짓수나 해살물이 직접 나오는 전라도 음식을 못 따라간다”며 “그럼 차별시킬 방법이 뭐냐, 밥을 맛있게 하자, 가마솥에 밥을 맛있게 해서 간장하고 계란만 넣어서 비벼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집들을 육성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지사가 추천한 ‘밥맛 좋은 집’들은 대부분 서민들이 가는 식당으로 가격도 백반집 수준이다. 충북도청에 확인해보니 현재 ‘밥맛 좋은 집’으로 모두 94개소가 지정됐다. 도는 이 밖에 우수·모범업소 148개소와 대물림전통음식계승업소 43개소 등 총 285개소를 지정·관리하고 있다. 인증음식점 지정증과 현판 수여, 위생용품 구입비 및 종량제 봉투 지원, 블로그 홍보, 맛 집 책자 수록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
충북의 명소로는 먼저 괴산의 ‘산막이옛길’과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를 추천하며 “‘산막이옛길’에는 제주도 올레길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더불어 “최근에 많이 육성시킨 곳이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다. 현직 대통령은 청와대에 계시고 역대 대통령은 모조리 청남대서 모시자는 취지다. 역대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기록관도 만들고 동상도 만들어서 비치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특화시킨 공원 개념이다. 세계에서 역대 대통령을 한 자리에 모셔서 대통령을 기리고 국민 교육의 장으로 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선 대통령만 지내고 나면 전부 다 존경받지 못하는 풍토가 돼 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역대 대통령을 존경하는 풍토를 만들어보자. 청남대를 시작으로 이런 걸 조성해보자, 그런 취지에서 국민교육이고 국민통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이 밖에 도담삼봉 등 단양팔경과 보은 속리산 법주사, 노란 은행나무터널이 장관인 문광저수지를 돌아보라고 강추했다.
이 지사는 청주고와 서울대를 나와 25살에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충북도청 법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한 후 임명제 영월군수와 충주시장 등을 거쳐 민선 충주시장, 국회의원, 충북지사를 역임중이다.
화려한 경력과 '워커홀릭'이란 별명 때문인지 사람보다 일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 지사에게 ‘인간 이시종’을 알려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물었다.
“그런 거 별로 없다. 그냥 열심히 일해서 지역을 발전시키는 거 그게 다”라는 건조한 답변이 돌아온다. 기껏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한 추억이 국회의원 시절 ‘일 잘하는 국회의원 톱10’, ‘베스트 국정감사위원’, ‘거짓말 안 하는 정치인 베스트5’ 등에 선정된 것이라고 한다.
충북지사 사무실이 있는 충북도청 본관은 등록문화재 제55호로 지정됐다. 1937년 민간주도로 세워졌다. 외벽을 붉은 벽돌로 쌓고 타일로 마감한, 좌우대칭의 모던한 근대건축물이다. 원래 2층이었는데 증축해 현재는 3층이다.
등록문화재 제55호로 지정된 충북도청 본관.<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