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긴급 간담회..불공정하고 경직된 노동법제 개혁 촉구
[뉴스핌=정경환 기자] 경제계가 노동시장 개혁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진 '노동개혁에 대한 경제5단체 부회장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 노동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배 부회장은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한 노동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며 "노동개혁 없이는 국가경제의 지속 성장도, 미래세대의 일자리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은 노동개혁에 대한 경제계의 입장을 보다 확실히 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김영배 부회장을 비롯해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등 경제 5단체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경제계는 이날 회견에서 현재의 노동개혁 논의는 출발점일 뿐이며, 노동시장의 공정성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노동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불공정하고 경직된 노동법제 개정해야 '일자리 창출' 가능
먼저, 경제계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불공정하고 경직된 노동 관계법과 제도들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득권 근로자를 과도하게 보호해줘야 하는 부담 때문에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꺼리게 되고, 결국 미취업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다는 설명이다.
김 부회장은 "이들(미취업 청년들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경직적 노동시장의 최대 피해자"라며 "불공정한 노동법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노동개혁이 진정한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근로자 간의 불공정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이 돼야 진정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으며, 노동개혁의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경제계는 이러한 제도개혁은 정부 지침 형태가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부회장은 "정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저성과자에 대한 근로계약 해지'를 정부 지침 형태로 추진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일본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근로자 동의가 없어도 변경이 가능하도록 2007년 노동계약법에 규정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들에 비해 파견 사용사유와 기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고용 경직성을 심화시키고 불법파견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독일은 2000년 대 이후 하르츠 개혁을 통해 근로자 파견과 기간제 사용을 탄력적으로 가능하게 하고 해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2008년에 고용률 70%를 조기달성 한 바 있다"며 "우리도 제조업 등에 파견을 허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용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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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가운데)이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노동개혁에 대한 경제5단체 부회장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
◆ 연공급제 타파…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혁해야
연공급제를 타파하고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혁해 청년고용절벽을 해소하고 노동시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경제계의 생각이다.
김 부회장은 "우리가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는 것은 임금을 깎거나 기업의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 아니다"며 "직무나 성과와 따로 노는 임금체계가 가진 불공정성과 이로 인한 근로의욕 훼손이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나아가 국가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에 따르면, 현재 신입직원과 퇴직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3.1배에 이를 정도로 우리 임금체계는 과도한 연공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능력·성과와 임금 간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경제계는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지불하는 임금의 총액을 줄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금체계를 개편하거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합리적 개선이라고 봐야 한다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기업이 이득을 취하지 않으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는 잣대로 막아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각자가 기여한 만큼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한 임금체계를 만들자는 것에 모든 근로자의 이익을 고르게 대표해야 하는 노조가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노조가 앞장서서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해 줄 것을 기대하며, 경제계도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청년고용절벽 완화를 위해 지금보다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제도 개선 통해 노동 양극화 해소해야
마지막으로 경제계는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해 우리 노동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득권 노동조합의 과도한 경영 개입과 고용세습 같은 불합리한 요구는 대기업들이 중소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과 취약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을 도모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파업을 통한 노조의 불합리한 요구에 대체근로를 허용함으로써 노사 간의 대등한 협상이 가능하도록 하고 무분별한 인사·경영권 침해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경제계는 노동개혁 논의 과정에서 지엽적 유불리를 따지거나 임금의 삭감 등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김 부회장은 "오로지 국가의 미래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의만을 보고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더불어 투자를 늘리고 채용을 확대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중소기업 상생과 동반성장을 실천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동계도 10.3%에 지나지 않는 노조원의 조직적인 이익만 챙기지 말고 대다수의 미조직 근로자와 미래의 근로자인 미취업 청년들의 간절한 바람에도 귀를 기울여 주기를 기대한다"며 "현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로 논의에 임해 달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