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C서 '인내심' 삭제 놓고 글로벌 경제 충격 우려
[뉴스핌=노종빈 기자] 유로화 급락으로 달러화와 유로화 간 1대1 교환 비율을 의미하는 '패리티'가 가까와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준이 거의 10년래 첫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달러화 강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내심 문구를 삭제하는 등 금리 인상에 대비한 기반을 마련할 전망이다.
◆ 美 연준 '인내심' 문구 변경놓고 딜레마
국제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FOMC를 통해 제로수준인 현행 0.25%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여부보다는 '통화정책 정상화 시점까지 인내심(patient)을 가질 것'이라는 문구를 변경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인내심' 문구가 삭제될 경우 시장은 연준이 조기에 금리인상 결정에 착수했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9일부터 시행된 유럽중앙은행(ECB)의 월 600억유로 규모 채권매입 착수로 유로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졌다. 유로화는 11일(현지시각) 12년래 최저치인 유로당 1.0556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들어서만 약 12% 급락한 상태다.
게리 콘 골드만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처럼 급격한 수퍼달러와 유로화 약세로 인해 연준이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연준이 지속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금리를 올리고 싶지만 달러 강세로 인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달러 강세, 예상보다 빨라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에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과도한 상승 속도다.
글로벌 주요통화 대비 달러화 지수는 이날 0.9% 상승하며 12년래 최대치인 99.649까지 올랐다.
달러 강세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과 유럽의 양적완화 등이 시기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일부 연준 위원들은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들의 수익성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미국의 경제성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수입가격 하락으로 물가가 떨어져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제임스 불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달러화 강세는 이미 시작됐으며 기업들은 헤지 등을 통해 이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외환 시장이 평정상태를 되찾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국의 금리인상을 너무 늦추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르키트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내 유로-달러 패리티(등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외환 시장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명확하게 미국과 유럽 간 통화정책이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이 올해 내내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ECB, 유럽경제 회복 전망치 상향조정
ECB는 최근 유로화 약세와 함께 국제유가의 하락, 양적완화 프로그램 등으로 인해 올해 유럽 경제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1.5%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의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달러 가치가 다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달러화 지수는 연준 조기금리 인상 가능성과 함께 ECB 자산매입 기대감을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흐름이 속도 조절 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행정부 및 재무부가 우려하기 시작했다"며 "3월 FOMC에서 연준도 달러화 강세가 미국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언급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