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화를 통한 부동산 투자 대중화,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밑거름
[뉴스핌] 아마도 우리 나라에서 서민들에게 가장 큰 경제적 이슈중 하나가 부동산 특히 집 값에 관한 것이다. 요즈음도 전세대란이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부동산 시장이 국민들 기대와는 달리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장의 왜곡이 발생하는 이유 중에 부동산에 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반시장적이고 매우 부정적인데 있다. 그 중 하나가 부동산 소유를 죄악시하고 질시하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주 보는 장면은 이렇다. “후보자는 강원도에 임야와 농토를 갖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지요?”
그러면 매우 송구한 표정을 지으며 후보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닙니다. 은퇴 후에 농사 짓고 살려고 장만한 것입니다.” 그러면 그냥 넘어 간다.
만약 이 후보자가 이미 이 부동산을 샀다가 다시 팔아서 높은 이익을 실현했다면 이 후보자는 영락없는 투기꾼으로 낙인 찍히고. 앞서 말한 위장전입에 의한 구매라면 더더욱 용서받지 못한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지금 당신이 돈 1억이 있다. 정기적금에 들어두고 은퇴할 때 1억5000만원이 된다고 하자. 그리고 이를 강원도 경치 좋은 땅을 사두면 아주 외진 오지라서 1억2000만원쯤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하자.
그러면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 정기적금을 들었다가 은퇴 후에 1억2000만원을 주고 땅을 사고 남는 돈 3000만원을 다른 곳에 유용하게 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정기적금 보다 손해가 나는 부동산에 반대로 투자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런 사람을 당신은 당신의 투자 자문으로 고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공직자 후보자들의 대답은 천편일률적으로 투자 이익을 따지지 않고 사 두었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이란 어떤 형태든 국가재산(세금)을 맡아서 운영하는 사람이고, 국가 경제에 대해 영향을 끼치는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익을 따지지 않고 투자했다는 비이성적이며 손해를 보려고 투자를 했다고 자백하는 바보스러운 사람에게 중책을 맡기려 하고, 다른 투자 대안보다 더 큰 이익을 날 것 같아서 땅에 투자했다고 하는 사람은 질타를 하고 배척하는가? 이런 바보들에게 나라 살림을 맡겨서 어쩌자는 것인가?
이런 바보 같은 대답을 합리화하려면 두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돈 욕심이 없는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부정을 덜 저지를 것이라고 믿거나, 부동산 투자에 의한 수익은 무엇인가 부당한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돈 욕심이 없으면 자선을 하지 왜 땅에 묻어 두는지 의문이 간다. 부동산 투자에 의한 소득은 나쁜 것이라는 믿음을 대표하는 말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종 우리는 사석에서 아파트를 잘 사고, 상가와 오피스텔에 투자해서 돈을 벌었다고 자랑한다. 내가 하면 투자이고 다른 사람 특히 공직 후보자가 하면 투기라고 한다.
나는 투자를 했으니 정당하고 저들은 투기를 했으니 욕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투기란 자신의 위선을 가리기 위한 자기 최면의 언어일 뿐이다.
그럼 비즈니스 세계에서 투기와 투자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우리는 무수한 투자를 한다. 증권에 투자하고, 아파트에 투자하고, 땅에 투자하고,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사람에 투자하고 자식에 투자한다고 한다.
투자를 하면 미래에 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를 한다. 그런데 미래에 얼마나 이익을 볼 것인지는 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은행예금을 해도 이익을 얼마나 볼 것인지는 확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장기간 예금을 한다면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고, 이자 소득에 대한 세율이 변할 수도 있다. 확률을 낮지만 당신이 예금한 은행이 부도가 나서 예금을 보호 받지 못하거나, 보호를 받더라도 돈을 제 때에 돌려 받을 수 없게 되면 투자 이익의 크기는 원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이렇듯 크기의 문제일 뿐 모든 투자에는 불확실성이 따른다. 즉 투기란 변동성이 큰 위험한 투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대상의 투자위험의 정도는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기 때문에 고 위험과 저 위험을 나누는 경계를 긋는 것은 자의적인 것이다.
그리고 위험의 크기란 절대적인 것도 아니다. 사람의 위험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다르다. 소심한 당신에게 고위험 투기는 대박을 꿈꾸는 다른 사람에게는 당연한 이성적 투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험도만 갖고 투기와 투자를 가르는 것은 억지다. 적어도 객관적인 경계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왜 유독 부동산 투자는 투기이고 다른 사람의 부동산 투자 이익에 분노의 이유는 무엇인가? 사촌이 땅을 사면 왜 배가 아플까? 땅은 아무나 살 수 없다는데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기업도 기업 혼자나 가문이 소유했었다. 그 소유권을 잘게 쪼갠 것이 주식이고 증권이다. 이를 소액을 가진 일반인들이 아주 작은 지분의 주식증권을 사고 팔면서 기업이 창출하는 가치를 나누어 갖는 투자의 대중화를 이룬 것이 금융의 혁신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에 대한 "투기"로 매도하는 것은 이런 투자기회가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자들만의 투자기회는 늘 배가 아프다.
사촌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 때 배가 아프게 하지 않으려면 부동산의 증권화를 통한 서민의 투자기회가 확대되어야 될 것이다. 이 배 아픈 것이 온갖 부동산 규제의 원인이 되고 그것이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막고 있기에 우리의 부동산은 시장 기능이 작동되지 않는 영역 중에 하나로 남아 있다.
◆ 프로필
KAIST, 경영대학 교수, 2001.7-현재
SK 사회적기업 연구센타 센터장 (현)
사회책임연구센타장(현)
디지털 경제 및 서비스 혁신연구센타장 (현)
경영대학 학장, 2011.7- 2013.7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주식회사, 대표 이사, 2014.11-현재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경영대학 부교수, 1998.8-2002.09
신도리코, 전산팀장(CIO) 및 신규사업팀장, 1985.3-1994.6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경영학박사 (전공 MIS,부전공 경제학), 1994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전공 경영과학), 1985
서울대학교 공학학사 (전공 산업공학),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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