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왜 우리나라는 전세 대란을 반복해야 할까.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거나 폭락할 때마다 유통구조의 문제라는데 왜 역대 정권은 해결하지 못했을까. 과연 사교육비는 줄일 수 있을까? 왜 골목상권에 대기업 빵집이 들어서는 것은 문제고 커피전문점은 허용되는 것일까. 1인당 국민소득이 2만6000달러까지 늘어났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시장원리와 동떨어진 제도가 버젓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 국민정서에 기대 비합리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들이 지금도 국회를 통과합니다. 우리 사회 만연한 일방적이고 획일적 사고에 대해 카이스트 경영대학 이병태 교수가 이번 주부터 '이병태의 바보경제'로 일주일에 한 번씩 일 년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보통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의문들에 대한 이 교수의 속시원한 지적과 해법, 이 교수를 통해 우리 문화 속에 뿌리 깊게 만연한 反시장적 사고의 문제점과 그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더위와 일에 지친 우리들에게 파라다이스에 대한 우리의 로망은 언제나 푸른 파도와 무인도, 아니면 비키니를 입은 여인들이 거니는 해변과 종종 연관되어 있다. 옥색 바다를 배경으로 야자수 아래의 해변에 주워 있는 둘만의 모습은 여행사가 배포한 달력과 TV에서 늘 상 보아온 광경이다.
대한민국은 반도 국가다. 3면이 아름다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 바다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때가 가장 찌는 듯이 더운 여름 2-3주 남짓하다. 즉 우리의 로망의 관점에서는 우리의 바다는 그리 너그럽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휴가는 이 기간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림=송유미 미술기자> |
이 때면 어김없이 뉴스 보도에 지겹도록 반복되는 레파토리가 있다. 매년 반복되는 같은 소리에 지겹지 않다면 당신의 기억력이 매우 나쁘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바로 ‘바가지 요금’에 대한 비난이다.
갑자기 올라간 요금에 대해 바가지를 썼다고 하고 피서객은 TV 카메라 앞에서 바가지 요금에 대해 불평하고 뉴스 리포터는 바가지 요금으로 피서객의 휴가 기분을 망치는 악덕 상혼에 대한 훈계하는 것으로 뉴스를 매듭 짓는다. (우선 젊은 기자들이 신문이나 방송에서 국민을 훈계하는 이 계몽주의 태도야 말로 웃기는 시대착오적 유산이다.)
이런 정서를 감안해서 피서객이 적을 것을 걱정한 해변의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바가지 요금을 단속하겠다고 하고, 바가지 요금 받지 말자고 플랭카드도 달아 놓고 상인들은 모여서 바가지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 보도되곤 한다.
‘바가지를 씌운다’의 어원은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을 떠 마시는 바가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본[大分県]의 방언 속이다 뜻의 [ぼか·す;bokasu=騙す]의 같은 어원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일제의 잔재를 아무런 여과 없이 사용하는 언론 덕택에 애매한 바가지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바가지 요금에 대한 우리의 비난은 정말 타당한 것인가? 바가지 요금이라고 비난하는 피서 철의 급등한 숙박업소 숙박요금과 해변의 파라솔 임대료는 속임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다.
이미 팔려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가격을 제시하고 흥정을 하는 정상적 거래일 뿐이다. 그리고 사는 사람 또한 시장의 정보의 접근에 차단되었거나 가격을 모르고 구매한 것도 아니다. 설혹 한 해변의 사업자들이 담합을 했다고 치자, 동해안 해변을 달려보면 줄줄이 이어 있는 것이 해수욕장들이다.
<그림=클립아트코리아> |
바가지 요금은 다만 평소의 가격에 비해 수요가 단기간에 급등하여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너무나 많이 초과하여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것일 뿐이다. 이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데서 결정되는 시장의 지극히 정상적인 작동의 결과이다.
바가지 요금을 주장하고 격분하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세상에 불변하는 적정한 가격이라는 것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과 같다. 이는 시장의 기능을 송두리 채 부인하는 것이다.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자유 시장경제의 경제 이론의 어디에도 모순되거나 비난 받을 근거가 없다. 1년에 2~3주 몰리는 과수요에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한다면 비수기의 낮은 이용을 감안하면 해변에 여러 시설은 공급될 수가 없다. 성수기의 높은 가격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비수기 겨울철의 해변가 숙박비의 깊은 할인을 거부할 것인가?
경제학 기초를 돌아가 보자. 우선은 엄밀하게 따지만 비수기의 해변의 모텔 방과 휴가철의 숙박이 같은 서비스인지 생각해 보자. 바다를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방과 바다에서 하루 종일 수영하고, 모래 찜질하고, 데이트도 하고, 때로는 해변에 와서 하는 콘서트와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때의 숙박은 같은 숙박이 아니다.
당연 후자가 더 효용가치가 높은 상품이다. 이 높은 상품이 높은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주에 2만원하던 방이 휴가철 즉 수영을 할 수 있는 이번 주에는 10만원 한다고 해서 같은 상품에 바가지를 덮어 씌웠다고 하는 것은 억지다.
다른 한편 경제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시장 가격의 변동성의 순기능을 우리는 억울하다는 심정으로 과소평가 한다. 앞에 설명한 바를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억울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자기에게 유리한 상황을 근거로 비교 판단해서 억울한 면이 있다고 치자. 온 국민이 경제학자일 필요는 없으니까.
하지만 해변의 가격이 올라야 한철 장사임에도 시설이 공급될 뿐 아니라 바가지 요금이 비싸서 다른 곳을 찾는 사람들 덕택에 그나마 해변은 최소한의 쾌적함이나마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돈도 없으면서 요행이 싼 숙소 찾을까 왔다가 고생만하고 기름 낭비하고 돌아갈 사람들도 미연에 방지해 주는 것이다.
이런 경우 휴가도 못한 채로 돌아갈 사람들의 불쾌감과 길거리에 쏟아 붓고는 태운 허망한 기름은 바가지 요금만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 숨은 비용들이다. 이렇듯 가격은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사용)이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경제를 이해 사람과 못하는 사람들과의 차이를 굳이 한마디로 구분한다면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비용을 보느냐의 여부에 따라 가를 수 있다.
이제 바가지 요금이라고 핏대를 올리는 당신, 바가지는 급히 오른 요금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당신의 두개골이 아마 바가지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지 한번 두드려 볼 일이다.
◆ 프로필
KAIST, 경영대학 교수, 2001.7-현재
SK 사회적기업 연구센타 센터장 (현)
사회책임연구센타장(현)
디지털 경제 및 서비스 혁신연구센타장 (현)
경영대학 학장, 2011.7- 2013.7
KAIST 청년창업투자지주 주식회사, 대표 이사, 2014.11-현재
The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경영대학 부교수, 1998.8-2002.09
신도리코, 전산팀장(CIO) 및 신규사업팀장, 1985.3-1994.6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경영학박사 (전공 MIS,부전공 경제학), 1994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 (전공 경영과학), 1985
서울대학교 공학학사 (전공 산업공학), 1983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