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부 최영수 차장 |
'원전마피아'로 대변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한수원 특유의 경영모델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념도 모호한 '통합경영'으로 현재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한수원은 지난 2012년 이른바 '짝퉁부품' 사건 이후 혹독한 시련을 겪어왔다.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고 비위에 연루된 직원들이 줄줄이 입건되어 처벌을 받기도 했다.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인사제도를 대폭 개편해 외부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고, 다각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애를 써왔다.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출신인 조석 사장이 취임한 이후로는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외치며, 현장중심의 경영을 통해 체질개선을 추진해 왔다. 조 사장은 1만명의 한수원 직원을 직접 만나겠다면서 1만km 강행군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수원 직원들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아이디(ID)를 공유하고 자신의 일을 떠넘기는 '갑질'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낡은 관행과 안전 불감증이 여전한 것이다.
원전은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국민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지만, 사고시 한반도 전체에 걸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자신의 아이디를 협력업체 직원들과 공유하고 갑질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되어 온 '안전 불감증'의 대표적인 사례다.
조 사장이 취임 후 수십 차례 원전을 방문하며 현장경영을 추진해 왔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정작 각지의 원전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사고방식은 변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직원들의 비위에 대응하는 조 사장의 인식과 대응도 문제다. 아이디 유출 사건이 보도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감사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고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지 않도록 진화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한수원이 세계 수준의 원전 건설능력과 운용능력을 갖고도 오늘날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조 사장의 말대로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이 과한 것일까.
한수원은 ‘통합경영’과 같은 모호한 개념으로 혁신을 포장하기보다는 직원들이 기본에 충실하고 안전 불감증을 타파할 수 있도록 체질개선에 주력해 주기 바란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