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민영화, 팔목비틀기식 매각은 안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우수연 기자]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징계에 수장 교체가 최선책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4일(현지시간) 박 회장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제 47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박 회장은 "수장을 바꾸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조직의 최고의 수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정서적인 차원에서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실제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김종준 하나은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A(문책 경고)라는 처분을 해놓고 B(사퇴)를 안한다고 문제 삼으면 안된다"며 "당국이 처분을 내렸으면 그대로 처분을 받으면 되는 것이고, 또다른 처분을 기대했으면 애초에 그렇게 내리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 회장은 우리은행 민영화 이슈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많은 투자자들이 매각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차원에서 여건을 조성해야한다는 것.
국제적으로 투자 유치를 하기 위해 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규정을 고쳐 이들도 매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금융주력자가 아니면 은행 지주회사의 지분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규제가 있으니, 엄격하게 말하면 우리은행을 살 만한 자격에 있는 투자자가 국내에서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 세계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투자하려고 할 때 금융주력자인지 비금융주력자인지 따지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고쳐야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은행법은 비금융자산이 2조원을 넘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4% 이상 갖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는 "세계 시장은 생각을 못하고 국내에만 맞추어 2조원 이상을 비금융산업에 투자하면 비금융주력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을 5조원으로 올린다해도 세계의 큰 투자자들은 5조원 이상 (비금융자산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부의 '팔목 비틀기'식의 매각 압박은 없애고, 은행 자체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정부의 '팔목 비틀기'식 매각도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수익성을 높이고 규제를 완화해) 사고 싶게 만들어야지 사고 싶지 않다는 사람의 팔목을 비틀어 사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적어도 은행 ROE가 5~6% 수준은 돼야 사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겠냐"며 "수수료 인하 등 규제를 통해 은행의 수익률이 낮아지도록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