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국감자료, 양보다 정확성에 근거해야 신뢰 얻어
[뉴스핌=김성수 기자] 최근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기자의 전자우편함은 국회의원실에서 보내는 국감 보도자료로 빼곡히 들어찼다. 메일 개수만 500통이 훌쩍 넘었다. 이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자료가 딱 2개 있었다.
하나는 지난 16일 동양사태를 논의할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감을 앞두고 이상직 민주당 의원실에서 발송한 자료였는데, 다음 문구가 문제였다. “대부분의 증권회사들이 신용등급 A 이상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발행하고 있는 데 반해, 동부증권은 BBB-(투자부적격 등급)의 회사채도 발행하고 있었다.”
이에 동부증권 홍보실 관계자는 “저희 회사는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를 발행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회사채나 CP는 증권사가 아니라 계열사가 발행하는 것”이라고 한 마디 했다.
증권사 관계자에 따르면 신용등급 트리플B 마이너스(BBB-)는 투자 ‘부적격’이 아니라 투자 ‘적격’ 등급에 속했다. 투자 ‘부적격’은 BBB-보다 한 단계 아래인 BB+ 이하에 적용되는 등급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증권사가 하는 일은 회사채나 CP를 ‘판매’하는 것이지 ‘발행’하는 것이 아니다.
조금 지나 수정된 보도자료가 도착했고, BBB-등급 회사채에 대해 ‘투자부적격’이라는 단어 대신 ‘비우량회사채’라는 표현이 새로이 들어갔음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증권회사가 CP를 발행한다”는 문장은 토씨 하나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였다.
며칠 뒤 또 다른 보도자료가 왔는데 거기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채권추심 인력이 비정규직일 경우 직원들이 자주 교체될 우려가 있으며, 그 결과 채권추심이 과도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맨 끝에 ‘가능성이 높다’는 표현이 어쩐지 개운치 않아, 보도자료를 낸 의원실에 전화해 사례나 통계자료 등이 있는지 문의해 봤다. 의원실 보좌관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런) 자료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해서 (보도자료를) 썼습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줄 알았던 보도자료가 그저 추측성 자료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자, 해당 자료를 기사화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두 보도자료를 낸 곳이 모두 이상직 민주당 의원실이었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은 의원실에서 배포한 자료가 기사화된 횟수에 따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점수로 평가받고 우수의원으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의원실에서도 보도자료 ‘양’을 채우는 데 급급해 디테일이나 완성도를 추구하는 ‘질’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보도자료의 가치는 단순히 언론에 노출된 ‘건수’로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수치 하나, 사실 하나도 ‘정확성’에 근거해야 국민에게 신뢰감을 얻고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
이상직 의원실에서도 이를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 의원실의 피와 땀을 통해 완성된 보도자료가 작지만 치명적인 옥의 티를 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휴지조각 취급을 받는다면 너무 비참하지 않을까.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