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료와 국회의원들의 '수산물 사먹기' 퍼포먼스를 지켜보며
[뉴스핌=고종민 기자]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최근 국내 주요 수산시장 나가 수산물을 사먹으라며 '정치쇼'를 하고 있다.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착한 퍼포먼스'지만 일본 방사능 유출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대응이 안일하게 느껴지는 게 문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단순한 보여주기식 '쇼'는 국민들의 화만 돋을 뿐이다.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장려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현지산 채소 등을 시식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후지TV ‘메자마시 테레비'의 장수 진행자 오츠카 노리카즈 아나운서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나 국회의원들도 한 가정의 구성원이다. 특히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밥상에 일본 방사능 수사물이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
방사능은 백혈병 등 질병을 야기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방사능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은 알려진 것만 해도 암(갑상선암, 유방암, 백혈병 등)·유전질환(선천성 기형, 사산, 유산, 지능저하, 불임)·심혈관질환(심근경색)·신장염·폐렴·중추신경계질환·백내장 등이 있다.
방사능 물질이 체내에 축적될 수록 질병을 일으킬 유해성은 명백하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방사능 오염은 후대에 오염된다.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수산시장은 파리만 날리고 있는 이유다.
즉 일본 방사능 유출 문제는 수산물·농산물 문제로 국한할 게 아니라 21세기 대한민국 전체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인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은 현재 일본·한국 정부와 수산물 판매자들을 불신하고 있다.
먼저 일본 측은 수년 동안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유출을 부인해 오다가 최근 후쿠시마 원전 시설 전반에 걸쳐 유출되고 있는 것을 인정했다. 문제는 오염의 심각성이다.
현재 일본 현지와 태평양을 비롯한 국내 반입되는 수산물들이 받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감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만한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나아가 해양수산부는 '한국 바다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영향이 없다'며 국산 수산물을 믿고 먹으라고 한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자료가 필요한 데 바닷물에만 집착하고 수산물의 체계적인 관리에는 미흡한 실정이다. 검사 비용 부담이 큰 탓이다. 당정이 만나 후쿠시마 포함 8개 현의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가 나왔지만 이마저도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이학 박사인 장영주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산업자원팀 입법조사관은 "정부의 잠정적 일본산 수입 금지조치는 일본에서 출하를 금지한 품목으로 사실상 수입이 안되는 품목"이라며 "일본 정부의 발표와 조치를 답습하고 있는 소극적인 수준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불신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출입식품에 대한 오염규제를 강화했다. 또 수입 금지 조치나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등 일본산 식품 수입 시 관리대책의 강약을 조절, 시기별로 대응하고 있다. 눈에 띄는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결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일 조치를 해야 국민들의 불신은 줄어들 것이다.
또 일부 몰지각한 수산물 판매자들이 신뢰를 깨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품 유통체계가 투명하지 않아 원산지 둔갑 행태가 자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본산 수산물을 러시아산으로 속여 판매한 음식점이 정부 당국에 적발된 바 있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먹거리 안심을 위해 독자적으로 식품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사능 오염에 대한 정보분석 능력과 관리능력을 높이는 정책과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의미있는 활동이 강화·지속되고 항시 공개된다면 수산시장의 시름도 걷어질 것이다. 국민은 정치인들의 '먹방'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자신과 후대의 건강을 담보하고 싶다.
[뉴스핌 Newspim] 고종민 기자 (kj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