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멍(김경진 시, 장현우 사진, 평사리 펴냄, 112페이지, 1만1000원)
시인은 누구를 위해 시(詩)를 쓰는 것이며 전문 사진 작가는 또 누구를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일까.
분명 이들은 대중을 위해 시를 쓰고, 사진을 찍어 발표하는 것임에도 대중은 시인과 문학도, 사진 작가들과 사진을 공부하려는 사람들만의 유희일 뿐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까놓고 말하자면 감수성 예민했던 사춘기와 학창시절을 벗어나 취업하고 가정을 꾸리면서는 대부분의 성인들이 시집이나 작품 사진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지 오래라는 것이다.
그런 성인들의 눈을 정화시키고 마음을 씻어 주기 위해 전라도 시인과 경상도 사진 작가가 손을 잡았다. 김경진 시인은 <서른 살의 사랑> <나는 그리움을 타고 너에게로 간다> <나도 생리를 한다> <사랑은 낮은 곳에서 운다> <달팽이가 무섭다> 등의 시집을 이미 냈었다. 장현우 사진작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카메라를 만졌고 격동의 80년대를 관통했던 사진 작가로 SNS인 ‘페이스북’에서 이미 그 명성이 자자하다.
서평 쓰기가 어렵다. 시의 감상을 쓰기도 어렵거니와 사진의 감상을 쓰기는 더욱 어렵다. 시의 감상은 자칫 ‘문학평론’의 경계로 잘못 들어갈까 겁이 나고, 눈으로 본 사진의 환상적 감동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 작은 것들도 앞서 핀 것이 뒤에 따르는 것들을 돌보려 애쓰는데 나는 누군가를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품을 내어준 적이 있느냐’는 시 <접시꽃>에는 장현우 작가의 ‘접시꽃’ 사진이 초연한 붉음으로 곁들어 있다.
‘불리면 애잔하고 눈물 나는 이름 들을수록 새록새록 각인되는 이름 나는 아빠다’의 시 밑에 깔린 아빠와 아들의 역광 사진, 앞선 어린 자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하다. 자녀의 뒤를 묵묵히 따르는 아빠의 실루엣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걱정/연민/든든함/애잔 등의 복잡한 감정을 몰고 온다.
‘모두를 다독이고 치유하려는 부담이 견히 쌓여 겨울바다 파도가 센 이유가 되었겠지’라는 시인의 노래를 떠받치는 사진으로서의 겨울바다는 가히 독자의 눈을 압도한다. ‘뭐든 가지려고 했던 삶에게 이제 용서를 구한다. 사랑한다 가졌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했던 이미 이뤄진 것들아’라며 갖지 못한 것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사죄에는 아무도 가질 수 없고, 그래서 내 것이기도 한 산하의 절경이 잔잔하게 독자의 마음을 적시고, 씻어 준다.
거두절미, 아무쪼록 모처럼 눈과 마음을 호강시킬 절호의 기회가 될 시화집이다.
최보기 북컬럼니스트(thebex@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