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정은영 외 지음, 남해의 봄날 펴냄, 208페이지, 1만 3800원)
필자의 지인 중에 제주도 삼방산 밑 형제 해안가에 ‘스테이 윗 커피’ 주인이 있다. 그는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3살 때부터 서울에서 자란, 제주도와는 아무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서울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3년 반 전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 직접 원두커피를 볶을 만큼 커피 애호가였던 그는 지금 현재까지는 자신의 그런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처자식 부양 전선에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과 ‘지방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먹고 살 거리만 보장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내려오고 싶습니다”라는 나의 푸념에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 놓고 어서 오라는 곳은 없습니다. 자신이 개척해야죠. 그런데 서울을 접고 지방에 내려오면 서울에서 활동했다는 그 자체로 상당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뉴욕에서 세계를 겪다 서울에 온 것처럼 말이죠”라 했던 지인의 답변이 아직도 가슴 한 켠에 남아있다.
신간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을 낸 출판사 ‘남해의 봄날’은 진짜로 남쪽 바닷가, 통영에 있다. 물론 지방의 출판사가 거기뿐인 건 아니므로 그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서울이나 파주출판단지의 출판사와 동일하게 서울의 언론을 대상으로 전국적 홍보활동을 펼치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출판사의 정은영 대표는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두 번이나 쓰러질 정도로 ‘빡쎈 서울살이’ 끝에 통영으로 내려갔다. 서울의 작은 아파트 전셋값 정도로 ‘바다가 보이는 2층 단독주택’을 사서 집과 사옥을 겸하고 있다. 여기서 출판뿐만 아니라 ‘통합 브랜드 스토리텔링’ 등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자신과 비슷한 이력을 가진 전국 팔도 팔 명의 삶을 생중계한 이 책을 펴냈다. 물론 ‘먹고 살 거리’의 한 방편이지 여유작작해서 낸 책은 아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에이, 시골 내려가 농사나 짓지’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실제로는 ‘농사 아무나 짓나’는 말처럼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정은영 대표를 비롯한 저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고기잡고 농사짓는 것 아니면 지방으로 내려갈 수 없다는 편견부터 깨라. 물질과 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인생조차 새롭게 보게 만들어 줄 것이다’는 것이다.
물론 9 명의 저자들 역시 새삼스럽게 농부나 어부가 된 사람은 없다. 요리, 문화, 음악, 교수, 연출가, IT기획 등 자신들의 특기나 취미를 살리는, 지극히 도시적인 일들이다.
꿈만 꾸는 사람과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의 결과는 절대로 같을 수 없다. 또 다른 최근의 신간 <마흔에 살고 싶은 마당 있는 집, 인사이트북스 출판>만 봐도 그렇다. 아파트 대신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을 경우 그런 꿈만 꾸는 대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면 서울의 경우 중심가 아파트 전셋값으로 변두리의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근사하게 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보기 북컬럼니스트(thebex@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