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영준 기자] "빨리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주파수 때문에 주말도 없고, 머리가 깨질 지경입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호소처럼 최근 이동통신업계 최대 이슈는 주파수 추가 할당이다.
LTE(롱텀에볼루션) 속도 경쟁의 분수령이 될 주파수 추가 할당은 미래창조과학부가 키를 쥐고 있다. 미래부는 오는 8월까지 2.6㎓ 대역의 40㎒ 폭 두개 블록을 비롯해 1.8㎓ 대역의 35㎒ 폭과 15㎒ 폭 등 모두 4개 대역 폭 130㎒를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분배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주파수 추가 할당에서 중요한 부분은 1.8㎓ 대역. 인접 대역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KT는 효율성을 내세우며 1.8㎓ 대역 할당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공정한 경쟁을 내세우며 KT가 이 대역 할당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파수 추가 할당은 이처럼 이동통신사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동통신 3사는 연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주파수 관련 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보도자료를 통해 경쟁사를 비난하고 있다.
포문을 연 곳은 KT다. KT는 자료를 배포하며 1.8GHz 대역 할당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경쟁사의 주장에 대해 "재벌기업이 시장독식을 위해 KT를 모바일 사업에서 몰아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재벌기업의 얄팍한 꼼수라는 격한 단어도 등장했다.
같은날 점심, SK텔레콤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주파수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SK텔레콤은 KT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주파수 할당의 형평성을 어기는 것"이라며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부분은 KT의 주파수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받아쳤다.
오후에는 LG유플러스도 가세했다. LG유플러스는 KT가 특혜에 의존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 한다며 급하게 자료를 냈다. LG유플러스는 "KT가 스스로 진정 기업의 기본자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주인없는 회사, 낙하산 외부인재 등의 단어도 동원했다.
여기가 끝이아니다. KT는 다시금 기자들을 대상으로 주파수 관련 설명회를 열겠다며 일정을 돌렸다. 자신들의 주장을 명확하게 알리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날 예정된 KT 주파수 설명회는 최문기 미래부 장관의 한마디로 취소됐다. 전날 최 장관은 출입기자들과 만나 "사업자들의 이해가 걸려있는 부문은 너무 과열돼 있다. 최근 너무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의 과열 양상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동통신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파수 관련 논쟁은 최 장관의 경고로 일단 잠잠해졌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효율성과 공정성을 논하기 전에 소비자들은 기업의 이해관계에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빠른 시일 내에 지금보다 속도가 2배 빠른 LTE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을 뿐이다. 재벌이 꼼수를 부리든 낙하산 인재가 경영을 하든 상관없다는 이야기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