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이터 승리의 과학 (고한석 지음, 이지스퍼블리싱 펴냄)
'저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에서 IT(정보통신)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솔빛조선미디어 멀티미디어 제작팀장으로 일하다 IT기술과 정보화 사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귀국 후 SK와 삼성에서 IT전문가로 활동했다. 그리고 정치권에 진입해 공당의 정세분석국장을 맡았다.'
책머리의 저자 소개를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덧붙여 저자는 여러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미국, 중국 등 해외에 익숙했다. 그리고 국내 정치권에 진입한 이후로도 정세분석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니었다.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킨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다른 어떤 대통령 예비후보의 캠프에서 후보의 입을 대변하는 메시지팀과 캠프 전반을 아우르는 상황실을 이끌기도 했다.
이렇게 저자 고한석부터 들고 나오는 이유는 정보통신기술과 정치적 식견에서 그는 충분히 이 책을 쓸만한 배경과 능력이 되는 사람이고, 그가 썼기에 이 책의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물론 대통령 후보가 아닌 예비후보의 캠프 규모상 ‘빅데이터 팀’을 운영해 볼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음이 저자로서는 안타까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아마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사실 빅데이터에 관한 소식들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버락 오바마의 재선으로 마무리 된 직후 언론을 통해 급속히 부각됐다. 대중매체들이 전달하는 조각 조각의 기사들을 통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빅데이터의 대충 윤곽 정도는 느끼고 있다.
저자는 거기에서 대여섯 걸음 더 나아가 버락 오바마 캠프의 ‘동굴 속 외뿔고래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시카고 대학 출신, 약관(20대)의 나이 '댄 와그너'의 활약을 통해 빅테이터의 완성된 실체를 이끌어 낸다. 그리고 IT의 활용이 오바마의 승리에 결정적 견인차였음을 강하게 증명한다.
실제로 이번 미국의 대선은 오바마 캠프의 빅데이터 ‘외뿔고래’가 롬니 캠프의 ‘범고래’를 케이오(KO) 시켰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였다. 그런데 사실 빅데이터 이전에도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이미 빅데이타의 개념에 근접하는 정보통신기술의 구현에 적극적이었다.
백화점이 시간대에 따라 입구 상품의 진열을 달리하는 것처럼 이른바 고객관계관리(CRM)나 전사적자원관리(ERP), 판매정보관리(POS) 등이 모두 고객별 맞춤형 마케팅을 지향하고 있었다. 빅데이터가 전혀 새로운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오히려 저자가 주장하는 ‘빅데이터 전략에서 배워야 할 것들’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가지다. 첫째,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조직은 책상 위의 직관이 아닌 데이터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데이터가 전부는 절대로 아니다.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놓치는 현실의 변수를 톺아 내는 리더의 경험적, 직관적 통찰력이 거기에 보태져야 한다.
둘째,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할 줄 알아야 한다. ‘데이터의 수집-분석-쉽고 광범위한 활용-데이터 업그레이드-데이터 수집’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의 기본은 여차하면 변심하기 십상인 인터넷상의 감성적 발언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로 뛰어 수집하는 ‘발데이터’이다.
지난 18대 대선의 결과를 두고 언론은 ‘2040 트위터에 대한 5060 카톡의 승리’였다고 대서특필했었다. 과연 2017년 제 19대 대통령 선거
는 ‘누구의 무엇’이 승리의 견인차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버락 오바마 캠프의 ‘동굴 속 외뿔고래’는 이미 뉴욕 앞바다에 방생되었다.
최보기 북컬럼니스트(thebex@hanmail.net)